◇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연말정산 시뮬레이션 돌려봤습니다." "수십만 원은 토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충격이네요.”
21일 각종 게시판과 트위터를 포함한 SNS가 ‘연말정산’ 때문에 들끓고 있다. 국세청에서 개설한 연말정산 계산기를 통해 두드려 본 결과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환급액을 받던 사람들이 환급은커녕 수십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연말정산 시뮬레이션까지 끝내고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부 시민들은 “다행히도 10만원 선에서 선방했다”고 안도를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 환급액을 받았던 사람들이다. ‘13월의 보너스’가 ‘13월의 폭탄’으로 변했다는 분위기다.
예상하지 못했던 세금을 내야하는 사람들은 정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1월 1일부터 담배 값이 2000원 이상 증가한 탓에 서민들의 주머니가 더욱 가벼워지고 있는 가운데 연말정산으로 인해 세금폭탄까지 맞을 우려에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연말정산 관련 개정사항은 법을 바꿔야 하는 영역인 탓에 올해 연말정산은 이대로 진행돼야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연말정산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 “중산·서민층의 세부담 증가를 최소화하도록 설계했다”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줄곧 “증세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 2013년 8월 ‘소득공제 → 세액공제’ 방식의 세법 개정이 논란이 됐을 때 정부는 ‘사실상 증세’임을 애써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당시 재정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을 했지만, 정부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비과세·감면 축소로 방향을 잡았고 이로 인해 세금이 늘어나는데도 정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담뱃세, 주민세 인상 때도 증세가 아니라는 입장만 취했다.
하지만 이번 연말정산 특성상 ‘소득공제 → 세액공제’ 전환으로 세금이 늘어난 시점에서 중산층의 세금이 크게 늘어났고, 이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체감 증세’를 느끼게 되면서 정부를 향한 ‘세금폭탄’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정부는 급여 5500만원 이하 가구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 단언했지만, 급여 5500만원 미만에서도 세금이 늘었다는 사례가 나오면서 ‘체감증세’는 급격히 커졌다. 아울러 정부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확보한 재원이 93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세금은 늘었는데 ‘증세는 아니’라고 말하는 아이러니한 기조 역시 국민들의 화를 자초하고 있다.
정부가 4700억원을 보태 근로장려세제와 자녀장려세제에 투입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떨어진 불신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이번 연말정산에 비판이 강하게 쏟아지는 이유는 소득 근로자에게만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나 부동산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자본 소득자들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위 ‘월급쟁이’인 소득 근로자들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세무학회장)는 “이번 연말정산은 소득 근로자들에게만 부담이 되는 것이라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오히려 개인사업자나 부동산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 자본 소득자들이 근로 소득자들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영향이 없고 오롯이 근로소득자에게만 세금을 높인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