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위험하다)④예산확대+어린이집 내실화+공공서비스 강화가 열쇠

올해 복지부 보육예산 중 아동학대 예산 0.47%밖에 안돼
민간 보육서비스가 90%..어린이집 내실화 대책 마련해야
숫자만 늘린 어린이집 후속정책 없어 아동학대 급증 원인

입력 : 2015-01-23 오후 2: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선은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올해 보육제도 시범사업 예산이 확충됐는데 사업을 진행하면서 제도를 확정하겠다." (2015년 1월 2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발언)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바라는 국민들과 달리 복지부 장관 스스로 밝혔듯 정부는 현재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와 아동학대 어린이집 폐쇄, 학대 보육교사 처벌 등을 기존의 감시·처벌 위주의 방안을 빼면 딱 부러진 대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물론 정부의 아동학대 방지대책은 과거보다는 꾸준히 보완·개선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아동학대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학대사건은 계속 발생한다는 점, 아동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과 보육·복지시설에서의 학대가 해마다 증가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책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사진=뉴스토마토)
 
◇복지부 예산 중 아동학대 예산 0.47%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육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 6조원의 무상보육 예산을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누가 전담할 것인지 두고 논란이 생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가 보육분야에 돈 쓰기를 주저해서다.
 
올해 복지부 예산을 봐도 보육 관련 예산은 3조9700억원에 그쳤다. 올해 복지부 총 예산이 53조47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7.5%에 불과하다. 특히 보육예산 가운데 아동학대 방지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고작 2524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47%밖에 안 된다.
 
한국복지재단 관계자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보장하고 취약계층 아동을 보호할 수단이 전무하고 예산도 충분하지 않다면 아동 보육은 민간 보육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아동학대 방지대책도 보육시설에 부담을 주는 방법으로 추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부모의 고용이 불안해지고 소득이 줄면서 제 한몸 챙기기 어렵다 보니 아동에 대해 신경 쓸 여건이 안 됐다"며 "국가도 아동 양육의 책임을 가정과 민간에만 전담시킴으로써 양육과 아동학대에 무관심했다"고 강조했다.
 
◇민간 보육서비스 비중 90%..어린이집 내실화도 관건
 
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어린이집 수는 4만3770곳이고, 이 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2300개에 불과했다. 아동 복지시설 등 다른 보육시설의 수를 고려한다고 해도 국내 보육시장에서 민간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한 셈이다.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으며 맞벌이 부모와 편부모 가정이 급증하면서 사실상 가정 내 양육시스템이 붕괴했고, 정부마저 보육예산 늘리기에 인색한 탓에 현재 국내 아동 보육시스템은 전적으로 민간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다.
 
◇우리나라 어린이집 시설 증가 추이(2013년 기준, 자료=보건복지부, 통계청)
 
문제는 정부가 민간 보육시장 확대만 신경쓰고 후속 정책이 없어 어린이집 내실화에는 소홀했다는 점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어린이집 내실화의 핵심은 어린이집 재정지원 확대와 어린이집 평가인증제 강화를 통한 고품질 어린이집 구축"이라며 "어린이집에 입학한 아동 1인당 학비와 교직원 인건비, 교육활동비 지원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자료를 보면, 어린이집 재정지원은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을 따르는데 2013년 기준 중앙과 지자체의 유아교육 예산 3조3500억원으로 아동 1인당 학비는 57.8%였으나 교직원 인건비는 19.7%, 교육활동비는 11.5%에 그쳤다.
 
이러다 보니 영세 어린이집은 부모에게 월 10만원 이상의 특별활동비를 받아야 할 상황이고,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교사 임금을 제대로 못 주거나 아이들 급식여건이 악화되는 결과를 빚었다. 심지어 통학차량 유지비, 시설 보수비가 부족한 어린이집도 많았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국가가 인건비를 100% 지원하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중앙과 지자체가 분담해 30~80%만 지원한다"며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재정지원 체계를 개편하고 어린이집 운영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복지부가 부모가 참여하는 어린이집 평가인증체계 개선을 올해 업무보고 계획에 포함시켰듯 어린이집 운영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제안도 눈길을 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민간 어린이집은 알아서 잘 운영할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측면이 크다"며 "어린이집 원장 자격기준(현행 1급 자격취득 후 관련 분야 3년 이상 근무) 강화와 부모가 참여하는 어린이집 위원회 운영 확대, 급식기준 세분화, 어린이급식관리 지원센터 확충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어린이집 재무회계기준 마련, 지자체별로 다른 어린이집 관리 기준을 보완할 표준 보육모델 개발 등을 검토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공공 어린이집 확충·보육시설 관리·감독 강화 등 보육 공공성 확보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만 1세~만 4세 아동은 148만6980명이었다. 당시 국내 어린이집이 4만3000여곳이고, 어린이집 한곳의 보육교사가 원장을 포함해 4명~5명 정도라고 할 때 1개 어린이집이 수용할 아동은 30명, 교사 1인당 돌볼 아동은 5명~6명이나 된다.
 
가뜩이나 말도 안 통하고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만 4세 이하 아동을 돌보는 데다 수용할 인원까지 많아져 어린이집 등 아동 복지시설 내 아동학대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민간 어린이집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보육의 공공성 확보가 아동학대를 방지할 열쇠라는 주장이 나온다. 인천 어린이집 학대사건도 보육교사의 자질 문제보다 국가와 지자체의 보육 공공성 부재가 진짜 이유라는 설명이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복지·보육에 대한 장기적 안목 없이 돌봄 서비스를 양적으로만 늘린 폐해가 아동학대"라며 "허술한 보육교사 양성·관리, 교육여건이 부실한 어린이집 등도 돌봄 서비스의 질적 확대 없이 양적 확대만 신경 쓴 탓"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정부가 어린이집을 지원한다든지 보육교사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려고 노력하지을 하지 않고 CCTV 설치와 행정처분 강화 등 땜질식 처방만 하고 있어 아동학대 방지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들에만 아동을 맡기고 지원도 안 하는 상태에서 양질의 보육을 기대할 수 없다"며 "정부는 부모의 돌봄을 대체할 보편적 공공 보육체계를 구축하고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중앙 정부·지자체 전담 공무원들 확충, 양질의 보육교사 양성체계 정착, 보육교사 노동환경 개선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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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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