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아동학대 근절대책'..엄마들만 뿔난다

복지부 "보육교사 국가시험 도입..학대 어린이집은 즉시 퇴출"
보육교사 국가시험제, 구체적 추진일정 없고 변별력 논란 키워
예산 대책은 '실종'..복지부 "관계부처끼리 협의 안 돼"

입력 : 2015-01-27 오후 2:39:26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최근 잇따른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근절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내놨다. 보육교사의 자질을 강화하는 국가시험을 도입하고 아동학대가 한번이라도 일어 기관을 즉시 퇴출(0ne-Strike Out)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정부가 아동학대에 대한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서두른 탓에 대책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아동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 예방과 안전한 보육환경 조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태한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정부는 지난 16일 당-정 현장 간담회 이후 부모님들의 시각에서 보육정책 전반을 재점검했다"며 "아동학대가 일어난 어린이집의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보육교사의 자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중기과제와 단기과제로 추진되는데, 중기과제는 ▲원장·교사의 자격 강화 ▲보육교사 근로여건 개선 ▲공공 보육인프라 확충 등이고 단기과제는 ▲아동학대 처벌·신고 강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부모의 어린이집 평가 참여 활성화 등이다.
 
문제는 이번에 내놓은 대책 역시 실효성 없는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우선 이번 대책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신규 보육교사 자격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시험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보육교사의 질을 높이고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가시험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논의도 시작되지 않았다.
 
이태한 실장은 "신규 교사 국가시험은 관련 인프라도 필요하고 전문가 의견도 수렴해 정확한 모형을 세운 후에 도입할 것"이라며 "현직교사가 아동을 안전하게 지도할 수 있도록 교육도 강화하겠지만 지금 '어느 정도로 강화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가시험이 보육교사 양성과정에서 변별력이 없는 최소한의 자격시험으로만 역할하고 교사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못 될 것이라는 우려나온다.
 
실제로 이 실장은 "국가시험은 교사가 일정한 수준을 갖추도록 미니멈을 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국가시험이 보육교사 자격취득에 큰 변별력을 가지지 못 할 것임을 시사했다.
 
ⓒNews1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처벌도 고민거리다. 신고의무자란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부모 등으로 아동학대를 목격했을 때 신고할 의무를 가진 사람들이다. 만약 신고를 안 하면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는데, 앞으로는 1000만원까지 물도록 법이 개정된다.
 
문제는 교사나 부모가 아동학대를 신고하면 어린이집 사이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교사는 어린이집 재취업이 힘들고 부모는 자식을 다른 곳에 입학시킬 수 없게 된다는 점.
 
그러나 공익신고자를 보호할 정부는 명쾌한 방안이 없는 모양새다. 이태한 복지부 실장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신고자의 비밀을 보장하고, 정부는 블랙리스트가 확인되면 지금까지 그랬듯 엄단하겠다"며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그대로 인용하는 데 그쳤다.
 
국·공립 어린이집 150개 확충도 지난해 서울시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계획'을 발표하며 "2015년 서울시에 국·공립 어린이집 150곳을 짓겠다"고 한 것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에 불과하다.
 
이태한 실장은 "지난해 예산이 결정된 탓에 이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지원하기 위해 시간제 보육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것을 재탕한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종일제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고 시간제 보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국에 230개소의 가정 어린이집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아동학대 방지대책에서 이것이 그대로 반복돼서 나왔다.
 
정부의 아동학대 방지대책이 막연한 탓에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보육교사 국가시험 도입과 CCTV 설치 의무화, 보육교사 상담원·보조교사 배치 등에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재원마련 방안은 생략됐다.
 
이에 대해 이태한 인구정책실장은 "정부는 국회, 관계부처와 협력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관계 법령을 고칠 것"이라며 "예산에 대해서는 정확한 시간을 정하기 어렵고 투입될 예산도 아직 뚜렷하지 않았으며 부처끼리 전혀 협의가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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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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