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투자해도 '낙수효과' 없다

부가가치 생산능력 떨어지고 투자도 선순환과 거리 멀어
경제개혁硏 "환류소득세제 전면 수정하고 법인세 더 걷어야"

입력 : 2015-01-27 오후 3:37:14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내 대기업들의 부가가치 생산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는 생산과정에서 새롭게 더해지는 가치로, 영업손익이나 인건비, 금융비용, 세제공과금 등 전체 국민소득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낙수효과의 첫물이다.
 
기업들이 투자 대비 부가가치를 덜 생산하게 되면서 기업의 성과가 고용창출이나 가계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즉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도 크게 떨어졌다. 낙수효과를 노리고 법인세 인하나 규제완화를 추진해 왔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7일 발표한 '50대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 및 분배에 관한 분석'보고서는 2002~2013년 사이 기업의 생산성을 분석하고, 기업 투자가 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아울러 투자를 장려해 낙수효과를 보겠다는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도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자료=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는 2011~2013년 부가가치 상위 50개 대기업과 이중 2002~2013년 시계열자료가 비어 있는 기업을 제외한 44개 대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결과를 분석했다.
 
50대 기업에는 삼성그룹 9개사, 현대차·SK·LG그룹 각 5개사 등 상위 4대 재벌그룹에 속한 기업이 24곳을 차지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기업은 네이버 1곳만 포함됐다.
 
50대 기업의 부가가치 구성비율을 한국은행이 발표하고 있는 기업경영분석자료에 대입해 본 결과 기업의 영업잉여 및 감가상각 비중은 매우 높은 반면, 인건비 및 금융비용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50대 기업 중에서도 최상위 5개사와 4대 재벌그룹, 제조업에서 더욱 뚜렸했다.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2011~2013년 3개년 평균 영업잉여 비중은 45.2%에 이르지만 인건비는 27.7%, 금융비용은 0.5%에 불과했다. 또 감가상각비가 26.7%로 인건비에 육박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50대 기업 전체평균으로는 영업잉여가 30.6%, 인건비 36.6%, 금융비용 5.0%, 감가상각비 27.4% 비중을 나타냈지만 50대 기업 전체 비중에서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위 5대기업의 평균 영업잉여 비중은 38.7%로 가장 높았다.
 
영업잉여와 감가상각비의 대부분은 기업 내부에 유보되는 반면, 가계소득의 핵심 원천이 되는 인건비와 금융비용은 비중이 낮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설사 50대 대기업의 놀라운 성과가 계속 이어진다 하더라도, 이것이 국민 다수의 고용과 소득으로 확산되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대기업들의 부가가치 창출마저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잉여비중은 하위 기업군으로 갈수록 크게 떨어지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후 일부 회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점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 9개사를 제외한 기업들은 성과가 정체되거나 하락했다.
 
보고서는 "대표 기업들의 성과가 여타 부문으로 확산되는 낙수효과가 현저히 저하됨은 물론 이들 대표기업들의 성과 자체도 저하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작금의 한국경제가 직면한 이중적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들의 투자재원자립도가 2000년대 초반 100%를 넘어 2010년 이후 200%를 넘어선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고, 그 성과가 가계로 흘러들어가면 가계가 저축을 통해 기업의 자금을 빌려주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투자재원자립도가 200%를 초과했다는 것은 가용 내부자금의 절반도 실제투자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를 국내외 경기상황이나 경직적 규제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며 "소수 대기업의 선도적 투자에 의존하는 낙수효과 전략으로는 국민 대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고용과 소득을 제공하기 어렵게 됐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임금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3대 패키지 세제의 적용대상은 상장기업 또는 일정규모 이상의 대기업이고, 해당기업에 직접적 이해관계자에 대한 임금과 배당지출 내지 해당기업의 투자지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소득분배 격차 및 경제력 집중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3대 패키지와 같이 복잡한 구조의 세제보다는 법인세 등 단순세제를 통해 과잉 사내유보금 일부를 정부가 환수해서 사회보장지출 확대 및 최저임금 인상이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중소기업 육성 등에 직접 투입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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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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