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실태 보고서)②금연보조제인가 또 다른 흡연인가

정부 "발암물질 검출..사용량 조절 어려워 더 위험"
업계 "금연보조제는 아니라도 담배보다 더 위험하진 않아"

입력 : 2015-02-06 오전 10:00:15
◇지난달 6일 서울시내 한 전자담배 판매장에서 직원이 사용법을 시연하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전자담배가 담뱃값 인상 및 금연 열풍에 수혜를 입으면서 금연보조제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흡연자들 스스로도 담배를 끊기 위해 피우는 보조제로 활용하고 있는지, 그냥 담배 대신에 상대적으로 때와 장소에 대한 구애가 덜한 전자담배로 갈아탄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흐려진 상황이다.
 
여기에 전자담배에서 1급 발암물질이 발견되고, 니코틴 중독성, 간접흡연 문제가 있다는 정부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은 더 가중됐다.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 "전자담배≠금연보조제"
 
우선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전자담배는 금연보조제가 아니며 일반 담배와 동일한 발암성분도 들어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6일 발표한 '2012년도 전자담배 기체상 분석 결과'는 전자담배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더해줬다. 전자담배에서 1급 발암 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담배특이니트로사민과 중독 물질인 니코틴 등이 검출됐다는 것.
 
조사 결과 시중에 유통되는 전자담배 니코틴 액상 30개 종류의 니코틴 함량은 1.18~6.35g/㎥(평균 2.83g/㎥)이며 연초담배 1개비 니코틴 함량보다 약 2배 정도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니코틴에 의한 성인 치사량이 35~65mg인 것을 감안하면 가장 높은 니코틴 함량의 전자담배를 약 150회 연속 흡입할 경우 치사량에 해당한다. 이를 두고 밥을 150그릇 연속으로 먹어도 죽는다는 비아냥도 나왔지만, 유해물질 검출 자체에 대한 부정은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복지부는 "전자담배가 연초담배보다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담배특이니트로사민 검출량은 낮지만 전자담배는 실제 사용 용량을 조절하기 어렵다"며 "흡연 습관에 따라 일반 담배보다 니코틴 흡수량이 더 많을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외국에서도 전자담배가 1급 발암물질을 발생시키고 니코틴 중독성을 줄여주지 않아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수단으로 판촉·광고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연구진은 최근 전자담배 기체상에서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등을 검출했고 궐련담배보다 포름알데히드가 최대 10배 많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인된 금연보조제 니코틴패치, 금연보조약물 등은 중독성 없이 니코틴을 흡수시켜 금단 현상을 최소화해 금연을 돕지만, 전자담배는 단시간에 니코틴에 노출되기 때문에 담배와 유사한 중독성을 야기할 수 있어 금연보조제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4 WHO FCTC 이행보고'에 따르면 싱가포르, 브라질 등 13개국에서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30개국이 실내 공공장소에서 전자담배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금연보조제는 아니더라도 발암물질은 없다"
 
업계는 전자담배의 금연보조제 역할 여부보다는 발암물질 포함여부에 대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금연보조제 역할은 매출과 관련성이 미미하지만 전자담배도 궐련담배만큼 유해하다는 것은 매출 하락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규모가 큰 전자담배 업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광고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2011년,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전자담배 유해성을 지적하면서 제품을 금연보조제로 홍보해서 얻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현재 금연보조제로 광고하는 곳은 감독당국의 감시와 거리가 먼 소규모 업체들 뿐"이라고 말했다.
 
하카코리아, 라미야코리아, 티앤지코리아 등 주요 국내 전자담배제조사의 홈페이지에는 금연보조제라는 문구가 없다. 주로 전자담배 사용자의 편리성과 휴대성, 강력한 성능에 관한 설명이 대부분이다.
 
업계는 그러나 전자담배 기체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복지부의 연구결과 발표에 대해선 "의미 없는 결과"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
 
업계는 복지부 연구가 3년 전인 2012년의 결과여서 현재의 기술력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고, 105개 제품 가운데 비교적 니코틴 농도가 높은 30개 제품만을 시료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연구 결과의 현실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가 궐련담배보다 발암물질이 훨씬 낮게 검출됐다"며 "연기 속에 69종의 발암물질과 인체에 치명적인 타르, 일산화탄소를 비롯 2000여 종의 독성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진 궐련담배만큼 전자담배를 유해하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왼쪽)와 강남역 인근 전자담배 대리점(오른쪽).(사진제공=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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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