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코닝 지분을 미국 코닝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던 2013년 말. 코닝에 남기로 한 직원들이 받을 평균 위로금은 6000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삼성맨이라는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코닝에 잔류하는 대신, 위로금은 물론 고용승계와 기존 처우 보장을 약속 받았고, 매각 절차는 별다른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11월 삼성이 방산·화학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하루아침에 삼성에서 한화로 적을 옮기게 된 직원들의 충격도 상당했다. 이들은 삼성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노조를 꾸리고 매각저지 연대 투쟁을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전례 없는 집단행동에 언론의 취재도 집중됐다.
삼성이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는 사이 4사 소속 직원들의 투쟁 수위는 한층 격화하는 형국이다. 각 사 지방 사업장에서 소규모 산발적 집회가 시작됐고, 오는 29일 예정된 4사 공동 상경 집회 참가자 숫자는 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전의 주도권은 완전히 노조 쪽으로 기울었다.
기자가 현장에서 매각 저지 투쟁을 하는 이들에게 물어보니 답은 한결 같았다. "삼성맨으로 살아왔다는 자부심이 가장 컸다." 그룹이 자신들과 한마디 상의 없이 쓰고 버리는 것 같아 "처량해졌다"며 극도의 서운함을 드러냈다.
서운함의 이면에 '실리 챙기기'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철저한 고용승계 약속, 적지 않은 위로금 수령 등의 문제도 투쟁의 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투쟁에 나선 이들조차 매각이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았다. 투쟁으로 매각을 뒤집지 못함에도 거리로 나선 데는 그간의 노고에 대한 보상과 함께 위로금에 대한 계산도 있을 수 있다. 삼성코닝 사례는 충분히 활용 가능한 전례다.
2013년 삼성은 삼성코닝 직원들이 희망할 시 타 계열사로의 전환배치까지 허용하며 그들을 달랬다. 그러나 전체 4000여명 직원 중 위로금을 받고 코닝 잔류를 택한 사람은 무려 300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삼성이라는 간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