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이영돈 PD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새로운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영돈 PD가 간다’는 다음달 1일부터 JTBC를 통해 전파를 탄다.
지난 1981년 KBS에 입사해 ‘추적 60분’,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등을 연출했던 이 PD는 지난 2011년엔 채널A로 자리를 옮겨 인기 시사 프로그램인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PD는 지난해 8월 채널A에서 퇴사해 프리랜서로 변신한 이후 JTBC와 프로그램 독점 계약을 맺었다.
“방송사에서 쌓은 34년간의 취재, 탐사 노하우를 총동원해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폭넓은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겠다”는 이 PD는 29일 오후 서울 상암 JTB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 프로그램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털어놨다.
다음은 이영돈 PD와의 일문일답.
-새 프로그램의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
▲어제 작업을 하다 새벽 4시에 집에 들어갔는데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오더라. 그래서 맥주를 꺼내서 마시고 잤다. 프로그램 제목에 내 이름을 달고 하는 것이 세 번재다. 나에게 큰 도전이지만, 실패할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JTBC에서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라 시청자들의 기대가 크다.
▲요즘 프로그램 시장에선 예능은 번성하고 시사, 교양은 답보하거나 약화되는 추세인 것 같다. 특히 종편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와야 하는데 새로운 형태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다. 재밌게 만들어 보려고 한다. 종편의 특성을 살려서 지상파에서 할 수 없는 영역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60분’ 등 기존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들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이영돈 PD가 간다’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탐사 보도의 영역으로 가져오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한 마디로 말하면 탐사 버라이어티다. 딱딱하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탐사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본 뒤 분노하고, 이에 따라 정책 기관에서 사회를 바꾼다는 것이 일반적인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사회 공헌 이론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려고 한다.
-프로그램 첫 회에서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을 다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1991년에 그 사건이 벌어졌고, ‘그것이 알고 싶다’의 1회에서 다뤘다. 종편에서 하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으로서 그 사건을 첫 회 주제로 다루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와는 다르게 다루고 싶었다. 제보를 통해 범인을 직접 만나기 위해 사비 3000만원을 현상금으로 걸었다.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최종 목표는 범인이 자식 잃은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고, 화해를 하는 모습을 담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감동을 전달하고 싶었다.
-얼굴이 알려진 스타 PD인데 취재할 때 불편함은 없는지.
▲내 얼굴을 숨겨야 할 땐 다른 방식으로 취재를 하고, 얼굴을 드러내고 취재를 할 땐 좀 더 무게감을 가지고 하려고 한다. 새 프로그램을 위해 한 달 정도 취재를 다니고 있는데 얼굴이 알려진 것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진 않다. 현장에서 사인을 해주느라고 취재 시간의 3분의 1을 보낼 때도 있다.(웃음)
-최근엔 기획한 프로그램마다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PD로서 기획했던 프로그램 중에 기억에 남는 실패한 프로그램이 있나.
▲예전에 ‘박중훈쇼’라는 토크쇼를 내가 기획했는데 실패라기보다는 잘 안 됐다. 실패라는 표현을 쓰기는 싫고, 박중훈이 잘 못했다기보다는 시기적으로 빨랐던 것 같다. 강호동이나 유재석이 MC를 했어도 잘 안 됐을 것 같다. ‘이영돈 PD가 간다’는 감이 좋다. 잘 될 것 같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때 취재 환경면에서 변한 점이 있다면.
▲SNS 때문에 정말 많이 바뀐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첫회에서 다루는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SNS를 통해 범인의 목소리를 퍼나르고, 다같이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돼서 어쩌면 범인을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 의식이 많이 높아져서 사회적인 파급 효과가 커진 것 같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은 PD와 작가들이 발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돈 PD가 간다’를 통해 시청자들과 어떻게 소통할 예정인가.
▲프로그램은 절대 PD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청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만드는 것이다. ‘이영돈 PD가 간다’는 시청자들에게 얼마든지 열려있다.
-'이영돈 PD가 간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서민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문제들을 우리 프로그램에서 다뤄주고, 해법을 제시해 우리 사회를 서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바꿔보고 싶다. 서민들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