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하나기자] 긴급상황 발생 시 차량을 비상 제동시키는 자동제동장치(AEB, Autonomous Emergency Braking System)를 미국과 유럽이 자동차 안전등급 인증조건에 포함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AEB는 전방의 차량이나 사람을 레이더와 카메라를 통해 자동차 스스로 인식하고 차량 내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브레이크 작동을 구현하는 시스템이다. AEB는 현재 상용화된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기술 가운데 가장 진보된 기술로 평가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신차안전도평가프로그램(NCAP)에 AEB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최우수 등급을 받으려면 AEB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미국 정부기관인 NHTSA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모든 차량에 AEB 기능을 의무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의 안전도 평가는 글로벌 기준대로 작용한다. 이미 민간기구인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는 지난해부터 AEB가 탑재된 차에 최우수 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등급을 줬다.
유럽연합(EU) 차량 안정성 평가인 유로NCAP에서는 지난해부터 AEB 기능을 평가항목에 넣었고, 오는 2018년에는 적용 의무화가 예상된다. 국내 교통안전공단도 사고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AEB를 평가항목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왼쪽 자동비상제동장치 시스템 구성. 오른쪽 전방차량 감지 후 능동적으로 브레이크 시스템이 작동하는 AEB 시스템. (자료=교통안전공단, 토러스투자증권)
AEB는 2008년 볼보 XC60에 '시티 세이프티'란 명칭으로 첫 적용된 이후 고급차 중심으로 확장됐다. 최근 유럽과 미국 정부 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AEB 채택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BMW, 다임러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AEB 장착률이 40% 이상이며, 볼보는 2013년 이후 출시 차량에 90%의 AEB 탑재율을 보이고 있다.
AEB 장착 브레이크 생산 부품사들의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독일의 보쉬와 콘티넨탈 등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척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으로는
만도(204320)가 처음으로 AEB를 상용화했다. 지난해부터 제네시스와 K9에 AEB가 탑재됐다.
현대모비스(012330)도 보행자까지 인식 가능한 AEB 개발을 완료해 올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AEB 시장 확대 전망에 따라 국내 부품업체도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연구개발(R&D) 비용 등으로 해당 사업 부문의 수익이 미미하거나 적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향후 1~2년 내에 신차 대응 등 매출 비중 증가로 실질적 수익 창출 기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지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AEB시스템 NCAP 포함 결정에 따라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AEB 공급을 하는 만도의 예상보다 빠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며 "현대모비스도 ADAS 매출 규모는 만도보다 작은 편이지만 앞으로 높은 성장이 기대되며, 준중형급 차량 등에서는 향후 만도와 시장을 양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왼쪽 전세계 ADAS 시장 전망. 오른쪽 만도 ADAS 매출액 추이와 전망. (자료=국가기술표준원, 토러스투자증권)
또 AEB가 무인자동차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만큼 투자와 성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이미 대부분 ADAS 분야에서 고마진 수익성을 냈고, 앞으로도 공격적인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기존 시스템보다 한단계 높은 AEB 시스템이 향후 위험 상황에서 핸들이 자동으로 돌아가 충돌을 피하는 긴급조향보조장치(EAS) 등으로까지 이어져 관련 업체의 매출 성장 폭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미국, 일본 등 각 정부의 자동차 안전규제의 강화에 따라 AEB 등 최신 안전 부품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시장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국내 자동차업계도 이에 발맞춰 개발과 탑재를 늘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