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와 현대종합상사가 새 주인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반면 시동이 걸릴 듯하던 현대건설의 인수.합병(M&A)은 또다시 미뤄질 처지에 놓였다.
구 현대가(家) 3형제의 엇갈린 처지와 함께 현대상사와 하이닉스가 현대가의 품에 다시 안길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운영위원회에 상정한 매각 자문사 선정 안건이 산업은행 등의 반대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산업은행이 최근 외환은행에 반대 의견을 전달한 데 이어 우리은행도 조만간 반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어서 현대건설 매각 추진은 상당기간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건설은 2006년 5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했음에도 구 사주 문제로 주주은행 간 이견이 지속하면서 본격적으로 M&A 작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작년 초 채권단 사이에서 현대건설 매각 문제가 재논의 되기도 했으나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먼저 추진하면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운영위는 다만 현대건설 매각제한 지분율을 종전 49.6%에서 35%로 줄이는 안에는 동의할 예정이다. 이 안이 운영위를 통과하면 9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에 상정돼 공식 확정된다.
매각제한 지분이 약 5천514만 주에서 약 3천888만 주로 감소함에 따라 앞으로 매각 작업에 시동이 걸리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반면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하이닉스와 현대상사의 매각 작업은 조만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우리투자증권.산업은행 컨소시엄은 조만간 투자자들에게 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향서를 발송해 매각 가능성을 따져보기로 했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7천억 원 증자 등 1조2천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4~7월 중에 만기도래하는 신용장(L/C) 결제자금 3억 달러의 만기도 1년간 연장할 예정이다.
현대상사 채권단도 이달 24일까지 예비실사를 한 뒤 내달 6일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이르면 7월 중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보유 중인 87.43%의 지분 중 50% 이상을 매각할 예정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하이닉스 매각은 작년 하반기부터 추진키로 했으나 일정이 늦어졌다"며 "올해 하이닉스와 현대상사 매각을 추진하는 만큼 현대건설 매각 문제는 시차를 두고 추진하는 것이 나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대상사 예비 입찰에는 현대중공업과 BNG스틸, 큐캐피탈 등 3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BNG스틸이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여서 현대상사를 놓고 현대가 사이에 경쟁하는 양상이다.
현대중공업은 하이닉스와 현대건설 인수 후보로도 거명되고 있어 구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다시 현대가의 품에 안길지 주목되고 있다.
또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사 등 구 현대그룹 계열사의 매각이 이제는 구 사주 논란에서 벗어날 때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범 현대가의 입찰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지만 가격이 최우선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