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UHD 개국 첫날인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KT 체임버홀에서 모델들이 UHD 영상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EWS1)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지상파 울트라HD(UHD) 방송 전환을 앞두고 정치권, 정부, 기업, 미디어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상 UHD 시범방송을 올해 하반기부터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와 이동통신 3사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정작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UHD 시범 방송이 시행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골칫거리다. 지상파 3사는 UHD TV를 생산하는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소니 등에게 전환비용 일부를 공동 부담하는 방안을 제의했지만 제조사 측에서는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미래부 관계자는 "(방통위가 계획한) 지상파 UHD 시범 방송은 좀 더 사업성과 비용 등을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과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 시행된 UHD 전환 레퍼런스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수익모델도 없이 전환을 밀어붙이는 건 TV 제조사와 지상파에게만 이득"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방통위는 올해 하반기 수도권에서 지상파 초고화질(UHD) 시범 방송을 실시하고 2016년 중 수도권부터 본방송을 시작하는 안을 제시해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바 있다. 이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주파수 정책소위원회에 시나리오와 미래부와 방통위가 꾸려온 '700MHz 공동연구반 최종보고서'와 전혀 다른 내용이라 논란을 일으켰다.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도 투자재원과 구체적인 전환 로드맵이 부재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상파 3사가 UHD 방송 장비 구입, 콘텐츠 제작 등을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에게 공동 부담 의사를 타진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가 요구하는 공동부담의 근거는 과거 HD 방송 전환 시에 방송사가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했고 삼성, LG 등의 제조사가 수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는 제조사가 UHD 방송 인프라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자칫 제조사 쪽에게 불리한 선례를 만들게 될 경우 앞으로 방송 시장과 관련한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한 대형제조업체 관계자는 "비슷한 제의가 들어온 것은 사실이고 검토해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미래부쪽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LG전자가 미래부를 의식하는 이유는 미래부가 700㎒ 주파수를 이동통신사에게도 할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앞서 미래부는 단계적 도입에 따른 700MHz주파수 잔여대역을 이동통신사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혀 지상파 UHD 방송을 지지하는 미방위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쉽게 말해 이통사를 지지하는 정부, 지상파를 지지하는 방통위와 국회 사이에서 제조사는 눈치만 보고 있는 셈이다.
지상파 UHD방송을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 영역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많다. 국민 권익 향상과는 무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반 시청자들이 지상파 UHD 방송을 보려면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동시에 UHD TV 수상기가 있어야 하는데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직접 수신 가구는 전체 시청 가구의 6.8% 수준에 불과하다.
미래부 주파수 소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UHD 방송용으로 700㎒ 주파수를 할당하면 세계 최초가 된다. 아직 기술 표준이나 타당성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전국적으로 UHD 방송을 추진하는 건 다소 성급한 결정"이라며 "지상파 UHD 서비스는 전체 국민의 6~7%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편적 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