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올해 상반기 주요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줄줄이 끝나는 가운데 금융사별로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으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과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각각 올해 3월과 6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은행장 중에는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올해 3월까지,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12월 임기가 끝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CEO의 연임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지만 건강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현안 사업이 중단되는 등 변수로 긴장감이 더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뉴스토마토>는 상반기 수장 교체를 시작으로 몰아칠 금융권 태풍 기류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우선 올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신한은행장 자리의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진원 행장은 지난 2010년 '신한사태' 이후 한동우
신한지주(055550) 회장과 더불어 조직내 위기상황을 원만히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2011년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 3년 임기 동안에도 은행권 최고 성적을 유지하면서 재연임도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건강상의 문제가 연임 가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서 행장은 지난달 2일 시무식 이후 병환으로 한 달 넘게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서 행장의 건강이 회복돼 다시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에게 그동안 추진력 이상의 경영 능력을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한동우 회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에 서 행장의 거취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후 신한지주는 자회사경영추천위원회 열고 후임 행장 문제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의 자체 CEO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후계자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형진 신한지주 부사장(58년생)을 비롯해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58년생),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58년생),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57년생) 등 계열사 CEO가 꼽힌다.
다만 신한지주의 고민은 차기 회장까지 이어지는 후계구도다.
오는 2017년 임기가 끝나는 한동우 회장은 연임이 어렵다. 신한사태 이후 신한지주는 회장 연령을 70세 이하로 제한했는데, 한 회장의 임기가 끝날 때 나이가 70세이기 때문이다.
누가 되든지 올해 3월부터 신한은행장을 맡는 사람은 강력한 차기 회장 후보가 된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장을 거쳤고 현직 프리미엄을 가졌다는 점만으로도 굉장한 영향력이다.
신한은행장을 선출하는 자회사경영추천위원회는 한동우 회장을 비롯해 6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그만큼 한 회장의 의중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한 회장은 정치색이 옅고 신한사태의 영향력에서도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업무 수행 능력을 절대적으로 꼽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라응찬 라인'으로 분류되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신상훈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등이다.
이들은 신한사태의 당사자들인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색을 벗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은행장 인선에서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형진 신한지주 부사장과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은 특정 라인의 색깔이 없이 중도 성향이고, 한 회장의 측근으로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신한은 선후배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계열사 경영 능력과 별개로 경륜과 연배도 중요하기 때문에 연배가 가장 높은 조용병 사장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신한사태 이후 한 회장이 특정 라인의 색을 아우르는 탕평인사를 했지만 불법계좌조회 의혹 등 당시 경영진의 책임소재가 아직까지 분명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
특히 최근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라 전 회장이 농심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무산되자, 건강상의 이유로 미뤄뒀던 검찰이 6일 라 전 회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에 착수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신한의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한사태 당사자들인 라 전 회장이나 신 전 사장의 복귀 가능성은 아주 낮다"면서도 "신한사태 여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