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경영실적 발표자료.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SK이노베이션이 국제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22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7년 만의 적자다. SK이노베이션은 급격한 실적 부진과 경영환경 악화로 지난해 결산배당금은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980년 무배당 이후 34년 만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5일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5조8757억원, 영업손실 224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0.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는 매출액 16조1174억원, 영업손실은 4630억원을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6%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는 무엇보다 하반기에 진행된 국제유가 급락이 실적의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 석유사업은 지속된 정제마진 약세로 3분기까지 40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만 5859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연간으로는 손실 규모가 총 9919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부진은 국내 도입원유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가 지난해 4분기에만 30%나 급락한 결과다. 이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석유사업에서 약 6100억원 규모의 재고평가손실을 떠안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한 SK인천석유화학의 부진도 석유사업 부문의 발목을 잡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인천석유화학의 4분기 영업손실은 석유사업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면서 "이 기간 원유정제설비(CDU)와 파라자일렌(PX) 공장 가동률은 각각 66%, 90%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화학사업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파라자일렌(PX) 등 아로마틱 계열의 전반적인 시황 부진과 4분기 급격한 나프타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로 지난해 35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57.4% 급감한 수치다. 화학 부문은 지난해 4분기에만 1000억원 규모의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석유개발사업은 영업이익 4286억원을 기록하며 석유사업의 손실을 일부 상쇄했다. 윤활유사업 역시 고급 윤활기유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6.6% 증가한 289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석유사업의 대규모 손실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 중동 등 주요 수출시장의 자급률 증가에 따른 글로벌 수요 부진 등 구조적 한계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라며 "각종 비용절감과 공정운영 최적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실적 부진의 여파로 결산배당금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1980년 이후 무려 34년 만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그동안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배당 확대를 지향해왔지만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을 맞은 데다, 향후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의 이날 주가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돼 전 거래일 대비 3.17% 내린 9만4700원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