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그리스 재무장관이 독일에 직접 방문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입장차만 확인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구제금융 협상 기한이 수 주 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그리스와 유럽 당국이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자 금융 시장이 요동쳤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5일(현지시간)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처음으로 만나 구제금융과 관련한 논의를 벌였으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시리자가 주도하는 반긴축 정책과 관련해 그리스와 독일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며 "그리스 금융 프로그램은 트로이카의 주도 하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쇼이블레는 "그리스 유권자의 뜻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EU 유권자들의 뜻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독일 정부가 이전부터 강조해 오던 긴축 중심의 경제 기조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왼쪽)과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독일은 지난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를 지원할 때 긴축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로 구성된 트로이카 채권단의 뜻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총선을 통해 정권을 잡은 극진좌파 시리자는 더 이상의 긴축은 국가 경제에 독이 될 뿐이라며 반긴축·부채부담 완화, 구제금융 협상 연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도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쇼이블레에게 "우리는 5월 말까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하길 원한다"며 "숨쉴 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교 프로그램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구제금융 협상 기일을 5월 말로 미루고 그사이 긴급 자금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바루파키스의 의도와는 반대로 28일로 예정됐던 협상 시한은 오히려 2주 앞당겨졌다. ECB가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따른 결정이다.
이렇게 그리스와 독일이 입장 차만 확인한 데다 협상 기한이 연기되기는커녕 오히려 앞당겨 지자 그리스 금융권이 일제히 흔들렸다.
이날 그리스 증시에서 은행주는 25~30%나 급락했다. 그중 아티카은행은 9%, 피레우스은행은 10%씩 각각 내렸다. 그리스 국채 금리는 무려 2.34% 오른 18.83%를 기록했다.
금융 시장과 더불어 그리스 국민들의 불안감도 고조됐다. 이날 아테네 시민들 수천명은 그리스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ECB의 국채 담도 인정 중단을 성토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편, 유로그룹은 오는 12일 그리스 구제금융과 관련한 회의를 열고 기존의 프로그램을 연장할지, 가교 프로그램을 도입할지 선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