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태환 주사' T병원장, 수사 이후에 '금지약물' 알아"(종합)

"박태환, 수차례 '금지약물 안돼' 신신당부..모르고 맞아"

입력 : 2015-02-06 오후 1:52:26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박태환(27) 선수에게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을 주사한 병원 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두봉)는 박 선수에게 세계반도핑기구가 금지약물로 지정한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함유된 네비도를 주사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상, 의료법위반) 등으로 서울 중구에 있는 T병원 원장 김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박 선수의 고소장을 접수한 후, 박 선수와 박 선수의 누나, 그리고 김씨와 T병원 간호사 등 관련자 10명을 소환 조사했다. 또 T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및 의료전문가 등을 상대로 자문을 구하며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조사 결과, 지난해 7월 29일 김씨가 네비도 주사제의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제대로 확인해 설명하지 않고 "도핑에 문제되지 않는다"며 박 선수에게 주사했다고 결론 냈다. 또 김씨가 이 같은 주사처치 내역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은 점도 밝혀냈다.
 
◇수영선수 박태환 ⓒNews1
 
박 선수는 2013년 10월경부터 T병원에 지인의 소개를 받고 가게 됐다. 봉사차원의 무료 진료였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의약품 처치가 있자, 박 선수는 자신의 소속사에 T병원의 처치에 대해 점검을 의뢰했다.
 
박 선수는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금지약물'에 대한 주의를 김씨에게 신신당부 했다. 그러나 김씨는 금지약물과 관련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김씨 역시 박 선수와 마찬가지로 네비도가 금지약물인지 몰랐다. 그러나 검찰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약물의 성분과 주의사항 및 부작용을 확인해 이를 환자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는 의료인인 김씨에게 있다"고 결론지었다.
 
지난해 7월29일 박 선수의 신체검사 결과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오자, 김씨는 이를 보완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박 선수는 김씨에게 수차례 "도핑에 문제가 없는 것인가"라고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네비도 설명서에 '도핑 양성 반응' 주의 경고문
 
김씨는 이에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그걸 보완하는 건 전혀 문제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또 주사기에 네비도가 담긴 상태로 박 선수에게 보였기 때문에, 박 선수는 해당 주사제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네비도 제품 설명서에 나온 주의 항목에 '도핑검사 양성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나와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 선수는 주사를 맞은 뒤, 1주일가량 근육통에 시달렸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박 선수는 이후 같은 해 11월초 '9월 채취한 시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될 조짐이 있따'는 통보를 세계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전해 받았다. 여러 진료기록 등을 검토한 후, 김씨에게 맞은 주사가 이상하다고 느껴, T병원을 찾아갔다.
 
박 선수는 평소에 스토로이드 성분이 함유된 연고와 감기약도 복용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 그러나 박 선수도 도핑과 관련한 물질들에 대한 상세한 지식은 갖고 있지 않았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사를 맞기 전 박 선수의 확인요청 당시와, 박 선수가 이후 항의하러 갔을 때도 김씨는 계속 '문제없다'고 답을 했다"며 "수사가 진행된 이후에야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선 "(박 선수가)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금지약물이 투여돼 체내 호르몬 수치가 변화되는 것도 건강을 침해하는 상해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밝혔다.
 
◇"독일 사례 참조..김씨 불구속 기소"
 
검찰 관계자는 "주사제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박 선수가 주사를 맞는 것에 승낙했다는 건 의미 없는 승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에서는 수영선수들에게 비타민제라고 속이고 테스토스테론 약을 먹인 의사에 대해 호르몬 유지량과 지방 대사를 변화시키는 등 건강을 침해하는 상해죄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김씨를 불구속 기소한 이유에 대해선 "법리적 견해를 달리하는 김씨에 대해 법원에서 판단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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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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