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도 내부출신도 문제..공공기관장 인선 '고민'

산업부 산하 41곳 중 30%..기관장 인선 앞둬
기관장 공백사태 예고..업무공백 우려

입력 : 2015-02-06 오후 3:56:42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올해 산업통상자원부 공공기관장 무더기 인사가 예고됐지만 인선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낙하산 논란과 관피아 비리 문제 등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www.alio.go.kr)에 따르면 올해 중으로 기관장이 교체되거나 수장이 공백인 주요 에너지 공기업은 8곳 남짓이다.
 
우선 5월에 안남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이 임기를 마친다. 한국중부발전,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동서발전, 한국전력 사장도 올해 임기가 끝난다.
 
여기에 최근 비리혐의로 사장이 물러난 한국가스공사와 원장이 사퇴한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있다. 기초전력연구원은 지난달 원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아직 새 원장을 못 찾았다.
 
아울러 한국디자인진흥원(3월),  한국세라믹기술원(5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5월) ,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5월) 등도 새롭게 기관장을 찾아야 할 공공기관이다.
 
산업부 산하 기관이 41곳임을 고려하면 30% 정도가 올해 기관장 인선을 해야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 중 대부분은 새로운 기관장 후보로 지금까지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없는 상태다. 더구나 공공기관 사장을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움직임도 없다.
 
임원추천위원회 구성부터 기관장 선임까지 보통 2~3달 정도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미 기관장 공백사태가 예고된 곳도 있다. 그러나 각 공공기관들은 VIP(정부 공무원들이 대통령을 지칭하는 은어)만 바라보며 손을 놨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위에서 기관장 인선을 서두를 마음이 없으면 때를 넘기는 일도 흔하다"며 "새 기관장 인선에서 공공기관이 딱히 할 일도 없고 언론에 후보 이름이 오르내리면 탈락한다는 속설도 있어 함부로 후보자 이름을 말하기도 눈치 보인다"고 말했다.
 
새 기관장 후보가 없거나 인선과정이 늦춰지는 것보다 더 고민은 낙하산이든 공채·내부 출신이든 누가 오느냐가 아니라 어느 누구 하나 문제가 없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VIP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찾으려면 대통령 의중을 맞추는 외부 인사를 새 수장으로 삼아야 하는데 그러면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은 낙하산 그 자체보다 이들을 통제하기 쉽지 않다는 불편함을 토로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MB정부 당시 한전 사장으로 기업가 출신의 A씨가 왔는데 장관 말은 들은 척도 안 했다"며 "다른 공공기관이나 다른 부처 기관도 상황은 비슷했다"고 말했다.
 
낙하산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공채 출신을 선호해야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가뜩이나 산업부 산하 기관에 대해 관피아, 산피아, 원전 마피아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나오는데, 자칫 내부인사 승진은 '내부출신끼리 해먹는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더구나 최근 비리혐의로 물러난 장석효 가스공사 사장,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  모뉴엘 사태로 구속된 조계륭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 등 내부 출신 기관장들이 물의를 빚는 일이 속출하면서 내부 출신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공공기관장 인선을 서두르지 않는 데다 낙하산도 내부 출신도 선뜻 임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산업부의 주요 실무업무를 담당한 공공기관들이 업무 공백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올해는 후임 사장을 모셔 오기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며 "지방으로 본사도 옮기고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사기가 꺾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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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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