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IPTV가 출범 6년여만에 유료방송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초고속인터넷과 이동전화를 묶어 판매하는 결합상품의 영향력이 어느정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6일 '2014년도 방송시장 경쟁 상황평가' 결과를 통해 2013년 말 기준 방송시장 전체 규모는 전년대비 6.3% 증가한 14조347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 중 IPTV의 매출은 1조1251억원으로 33.5%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체 방송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전년도의 6.4%에서 8.0%로 확대됐다.
반면 종합유선방송(SO)의 방송시장 점유율은 17.0%로 0.5%포인트 줄었다. 절대적인 규모에서는 여전히 IPTV를 두 배 이상 앞서고 있지만 성장의 주도권은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기간 유료방송의 가입자 수는 2540만명으로 전년대비 8.9% 증가했다.
플랫폼별 가입자 수로는 SO가 1265만으로 가장 많았지만 시장점유율은 63.5%에서 58%로 하락했다. SO는 전국 77개 사업구역 중 72개 구역에서 가입자 점유율 1위를 기록했지만 2위 사업자와의 평균 점유율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방송을 포함한 KT 계열의 가입자 수는 690만6000명으로, 처음으로 5개 구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가입자 수는 각각 208만명과 167만명으로 30~40%대의 증가세를 보였다.
◇인터넷·휴대폰과 묶은 결합상품 효과 '톡톡'..수익성 악화는 '毒'
IPTV의 비상에는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등을 포함한 결합상품의 빠른 확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방송과 초고속인터넷을 묶은 결합상품가입자는 1094만명으로 전체의 43.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보다 6%포인트 증가한 규모다. 이 중 IPTV 3사가 결합상품가입자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전화까지 포함한 결합상품 가입자 비중은 282만명으로 전체의 25.8%를 차지했다. 연평균 10%포인트에 가까운 증가 속도를 보인 것.
방통위는 "초고속인터넷에 강점이 있는 KT와 이동전화에 강점이 있는 SK의 결합상품 가입자 유치 경쟁이 보다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료방송시장은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송과 인터넷 결합상품 가입자 중 KT 비중은 45.3%로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의 점유율에 근접하는 추세를 보였고, 이동전화까지 포함한 결합상품 가입자 중 SK의 점유율은 40%에 육박하며 KT를 앞섰다.
방통위는 아울러 "결합판매 증가로 유료방송 평균 요금 수준이 하락하는 추세가 단기적으로 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배분될 프로그램 사용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유료방송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가입자 유치 경쟁 심화로 방송을 미끼상품으로 전락시키는 시장의 문제점을 인식한 것. 방통위 상임위원들도 이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날 열린 제6차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삼석 상임위원은 "다양한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시장의 집중도는 낮아졌지만 결합상품 등을 중심으로 한 나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입자의 초과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쪽으로 유도해야겠지만 방송산업의 핵심인 콘텐츠 부문의 희생을 대가로 하는 발전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허원제 부위원장도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만큼 공짜 마케팅을 통해 여타 부문의 수익을 증대시키기 보다는 두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확립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VOD 시장 확대·디지털 전환 가속 등 긍정적 영향도
IPTV의 성장은 VOD 시장 확대, 디지털 전환 가속 등 유료방송 시장의 질적인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날로그 방송이 없는 IPTV의 특성상 가입자 증가는 디지털 방송 가입율의 제고로 이어졌다. 2013년 말 기준 디지털 방송 가입자 수는 1681만명으로 전체의 66.2%에 달했다. 1년 사이 8%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SO의 디지털 전환이 꾸준히 나타난 원인도 있지만 이들의 디지털 전환율이 40%대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IPTV의 효과가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 방송 가입자의 확대는 대표적인 양방향 서비스인 VOD 매출 증대라는 결실로도 나타났다.
이 기간 유료방송사업자의 VOD 매출액은 4331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사업자 별로는 KT의 VOD 매출이 1717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IPTV 3사의 매출 총액(2931억원)이 SO 매출(1400억원)보다 1500억원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VOD 시장에서 우세한 IPTV가 이를 통한 수익성 개선 전망에서 SO를 앞서고 있다"며 "IPTV에 긍정적인 요인이다"고 풀이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2014년도 방송시장 경쟁 상황평가'는 방송 시장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와 효율적인 경쟁 정책 수립의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다. 방통위의 '방송산업실태조사'와 사업자들의 회계보고서 등을 토대로 작성돼 대부분 2013년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