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8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은 강남구청이 철거를 시도했던 주민자치회관 옥상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자리에는 나무 기둥에 하얀 천조각이 붙어있었다. 주민은 "저 자리에 '법보다 위에 있는 강남구청장 신연희의 만행’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어제 저녁에 걸었다. 그런데 새벽 사이에 누군가가 칼로 잘라 버렸다"고 설명했다.
유력한 용의자로 강남구청 직원들을 지목했다. 그는 "신연희 구청장이 무서워서 구청 직원들이 추운 새벽에 유리 파편들이 잔뜩 있는 건물에 몰래 올라가 플랜카드를 가져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8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이 주민자치회관 건물 옥상에 걸어둔 플랜카드가 밤사이 사라졌다고 알려주고 있다. 플랜카드에는 '법보다 위엥 있는 강남구청장 신연희의 만행'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사진=뉴스토마토)
◇ 주민이 가리킨 곳에는 나무 기둥에 플랜카드 끝 부분이었던 하얀 천조각이 매달려 있었다.(사진=뉴스토마토)
강남구청은 지난 6일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건물 철거를 시도했다가 법원의 중단 명령을 받고 물러났다. 건물은 철거되지 않았지만, 외벽은 대부분 무너졌고 집기들은 구청 직원들과 용역들이 건물 밖으로 꺼냈다.
주말 구룡마을 자치회관 건물을 찾아가보니 1층 구석에 책상, 의자 등 일부 집기들이 정리돼 있었다. 주변 주민에게 물어보니 "밤에 비가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멀쩡한 집기들을 옮겨놨다"고 알려줬다. 건물 주변도 철거 당일과 비교했을 때 정리된 것처럼 보였다.
건물 주변 분위기는 차분해진 듯 했지만 신 구청장에 대한 악감정은 여전했다. 한 주민은 "사람들이 건물에 있는데 포크레인으로 찍어버리는 일은 70, 80년대 전두환 시절 때나 가능했을 줄 알았는데 신 구청장이 지금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구시대적인 사람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신 구청장 갑질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보다 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철거를 시도한 날 아침 7시부터 구청 직원들과 동사무소 직원들이 총 동원됐다"며 "공무원들 업무 시간은 9시부턴데 구청장 때문에 아침부터 철거 작업에 투입됐고 오전 업무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플랜카드가 사라진 것도 신 구청장에 대한 공무원들의 과잉 충성이라고 주장했다. 플랜카드를 거는 작업을 했다는 주민은 "개인 건물에 무단으로 출입해서 사유 재산을 멋대로 가져간 것은 괘씸하지만, 철거 작업 때문에 깨진 유리처럼 위험한 물건이 많은 건물에 춥고 어두운 밤 몰래 들어오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며 오히려 걱정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건물의 주인인 구모는 강남구청에 철거 관련 소송을 걸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13일 철거 취소 소송에서 구모측이 이길 경우 강남구청에 피해 보상 소송을 걸 계획이라는 것이다.
한 주민은 "구모가 피해보상 소송을 이기면 신 구청장 개인 돈이 아니라 강남구민 세금으로 이를 갚아야 된다"며 "신 구청장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 발목을 무리하게 잡으려고 한다"며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