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그리스 정부가 긴축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은행권이 자금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그리스 5개 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이 잇따라 내려가자 은행주가 폭락했고 국채금리는 솟구쳤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9일(현지시간) 피피레우스은행과 국립그리스은행, 알파은행의 신용등급을 'Caa1'에서 'Caa2'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유로뱅크에르가시아스와 아티카은행의 등급은 'Caa2'에서 'Caa3'로 낮아졌다.
이 은행들에 대한 자금 지원이 불확실해지자 등급을 일제히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무디스는 이 5개 은행을 '추가 강등 검토 대상'으로 지정하고 여차하면 추가로 등급을 낮출 계획이다.
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의 부채 협상 논의가 난항을 겪자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마저 고조됐다.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 국채 채권단이 그리스 정부에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가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받기로 한 최종 지원금 70억유로는 긴축정책을 시행한다는 조건 아래서만 주어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대선 경선 때처럼 반긴축을 계속 고집한 탓에 지원금을 받아내기 어렵게 됐다. 그리스 정부의 자금줄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8일 취임 이후 첫 의회 연설에서 구제금융 연장 반대와 최저임금 인상, 민영화 중지 등 기존의 공약을 재확인하며 국제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일축했다.
이처럼, 치프라스 총리가 국내 금융권의 자금 사정은 뒷전으로 하고 반긴축 레토릭을 이어가자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아테네 증시는 이날 4.8% 하락 마감했다.
특히, 이날 신용등급이 강등된 피레우스은행(-14.05%), 유로뱅크에르가시아스(-9.63%), 국립그리스은행(-9.80%). 알파은행(6.06%)이 줄줄이 폭락했다.
국채시장도 흔들렸다. 그리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21%를 웃돌며 지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20%를 뛰어넘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그리스가 유로존 안에서 어떻게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지 유럽과 국제통화기금(IMF), 메르켈 총리로부터 듣기를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