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불법파견 제재 효과 '글쎄'..솜방망이 처벌이 원인

중소업체 모베이스 고용부 시정명령 거부
기업들 임금보다 벌금 무는 게 금전적 이득

입력 : 2015-02-10 오후 4:37:14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정부가 불법파견으로 제재를 내렸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 파견노동자를 쓰던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 모베이스가 해당 고용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부의 시정명령을 거부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지난해 68개의 원청 사업체를 대상으로 사내하도급 불법파견 감독을 실시한 결과 총 18개의 원청 사업장에서 1095명의 근로자를 불법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을 적발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원청에 이들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만 내렸다.
 
더욱이 시정명령을 거부하는 업체까지 발생한 것이다. 고용부는 뒤늦게 이 업체에 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파견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는 등 사법처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불법파견 제재 효과는 유명무실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주는 것 보다 벌금을 무는 게 금전적으로 이득이라고 판단해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박사는 "8~9년 전부터 행정부에서 해왔던 얘기가 사건이 검찰로만 가면 처벌 수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여전히 그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처벌 수위가 낮아지면서 기업이 마음껏 불법파견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기아·쌍용차·지엠대우 등 완성차 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불법파견 선고가 이어졌지만 정식으로 기소된 사용자는 현재까지 없다. 지엠대우 창원공장에서 대규모 불법파견을 활용한 사실이 드러난 전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대표이사가 벌금 700만원(2013년 3월 대법원 판결)에 약식 기소된 사례가 가장 강력한 처벌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고용부 한 관계자는 "상반기부터 불법파견에 대한 감시 체제를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파견법 위반의 처벌 수위(징역 3년 이하에 3000만원 이하 벌금)가 낮지 않다. 한 건씩 보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 한 발 떨어져보면 불법파견 근로자를 활용하는 업체에는 영세 업장이 많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 같은 발언에 회의적이라는 입장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파견직은 하도급과 형태가 비슷하고 기업이 계약서까지 변경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내부고발이 아니면 쉽게 확인이 되지 않는다"면서 "어떤 방식으로 감시를 해나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영세 업장이 늘어나는 건 대기업의 하청을 받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이 영세 업장을 흡수하면 불법파견은 해결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선 박사 역시 대기업의 직접고용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히고 있다. 김 박사가 10일 게재한 '비정규직 종합대책 진단'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10대 재벌의 노동자 120여만 명 중 비정규직은 43만여 명(36.3%)이다.
 
이들 전원을 정규직 전환하는데 1000만원이 든다고 가정했을 때 드는 재원은 4조3000억원으로 이는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 522조원의 0.8%,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증가한 234조원의 1.8%에 해당한다.
 
김유선 박사는 "정부가 재벌의 눈치만 보지 말고 이명박 정부 때 벌어들인 재벌의 사내 유보금의 2% 이하만 풀어내도 양질의 일자리 43만 개가 창출된다"며 "불법파견을 일소하고 부자증세로 세원을 늘려 국가사업을 확대하면 내수 진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국노동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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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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