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LG전자)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대세로 자리 잡은 멀티 가전제품에 밀려 원조 가전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일종의 자기시장 잠식인 카니발리제이션이 횡횡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점에 오른 기술로 인한 시장 수순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김치냉장고 출하량은 104만5921대로 전년 대비 3.96% 감소했다. 김치냉장고 시장이 포화단계에 이르렀고,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결합하거나 냉장고 안에 김치냉장고 기능이 강화되면서 수요가 분산된 탓이다. 더욱이 1인가구 증가 등으로 멀티 가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현 추세는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팽배하다.
카메라와 MP3플레이어도 스마트폰이 대체재 역할을 하면서 설 자리가 위축됐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MP3플레이어 시장은 지난 2012년 100만대 규모에서 매년 30%씩 급감하고 있다. 콤팩트카메라 역시 지난 2012년 이후 감소 추세다.
대표적 여름가전인 에어컨도 제습과 공기청정 기능 강화로 4계절 가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마른장마 탓에 2013년 130만대 대비 역성장한 제습기는 올해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며, 공기청정기 시장 역시 수요 분산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4000억원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다.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멀티 가전의 증가는 기술이 한계치에 오르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제품의 교체수요가 길어져 새로운 수요 창출이 요구되고 있고, 1인가구 증가로 주거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어 융합된 제품에 대한 요구는 높아졌다.
기능이 하나둘 추가되면서 제품의 출고가도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100만원 수준에서 출시되고 있다. 또 올해 상반기 출시되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에어컨은 300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으며, 냉장고 역시 400~500만원대가 부지기수다.
업계 관계자는 "멀티 가전을 통해 제품이 프리미엄화되면서 수익률이 낮아진 가전업계는 평균판매단가(ASP)를 끌어올릴 기회를 맞이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에 기능이 추가되면서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제품을 각각 사는 것 대비로는 제품가가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