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남 시스트란 대표 "번역SW·음성인식 기술로 IoT 시대 개척"

"해외 지사 및 사업 거점 추가 확보, 칩 형태 센서 탑재도 계획 중"

입력 : 2015-02-10 오후 7:03:36
[뉴스토마토 황민규·류석 기자] "시스트란은 음성인식과 자동번역을 보유하고 있다. (언어와 무관하게) 자연어로 기계와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는 지난 47년간 축적된 자동번역 기술을 음성인식 등의 신기술과 연동해 차세대 사물인터넷 시장에 적절히 대응할 것이다. "
 
최창남 시스트란 인터내셔널 대표는 10일 서울 도곡동 본사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드물게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스트란은 지난해 창신소프트웨어를 전신으로 하는 국내 기업 CSLi가 프랑스의 시스트란을 인수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지난 1월 오라클코리아에서 시스트란으로 자리를 옮긴 최창남 대표는 한국·프랑스 소프트웨어 기업의 합병이라는 흔치 않은 조합을 장점으로 승화시켜나가고 있다. 최 대표는 "오라클 시절 수많은 인수합병을 경험해봤지만 이번 사례처럼 자연스러운 경우는 없었다"며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경영자로서 나의 미션"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서 최창남 대표는 '거룩한 부담감'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47년 역사의 시스트란은 이미 번역소프트웨어로 독보적인 명성을 쌓아왔기 때문에 기업을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게다가 스마트폰 시대 이후 ICT 시장은 한치도 예단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CLSi와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은 시스트란은 올해 기업가치 극대화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미국 나스닥과 코스닥 등에 상장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사전정지 작업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번역 엔진과 음성인식 기술을 접목해 기존의 갤럭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다양한 솔루션을 기획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에 탑재되는 칩에 시스트란이 개발한 음성인식 센서를 임베디드(Embeded) 형식으로 기본 탑재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모바일 프로세서나 통신칩과 함께 음성인식 센서를 넣어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등과의 연동 및 통합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한국 본사를 중심으로 일본, 중국 등지에서 조인트벤처 형식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시스트란의 해외 사업 전략은 '현지화'다. 언어를 번역하는 서비스인 만큼 현지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시스트란은 올해 최소 1개 이상의 해외 지사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시스트란은 CSLi 시절부터 파트너였던 NTT도코모 등과 조인트 벤처를 진행 중이며 향후 동남아, 중동 등 사업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기업의 중장기적 미래를 위한 인재양성에도 적극적이다. 언어공학이라는 영역 자체가 생소한 국내에서 창의력 넘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시스트란은 부산 외국어대학교에 '언어처리창의융합학부'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사실상 국내 최초의 언어공학과로 20여명의 학부생들에게 장학금이 지원되고 있다.
 
다음은 최창남 시스트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최창남 시스트란 인터내셔널 대표.(사진=시스트란 인터내셔널)
 
- 이전 회사(오라클코리아)와 사업 영역이 다른데, 시스트란 대표를 맡게 된 배경은.
 
▲전에 있었던 회사인 오라클에는 400개가 넘는 제품군이 있다. 제품을 전산실에 파는 게 아니라 CIO 조직에 물건을 파는 것이 오라클의 본업이었다. 나의 역할은 오라클 제품을 고객 회사의 제품에 임베디드 해서 나가게 하는 거였다. 시스트란은 그때부터 7년정도 봐 왔던 회사다. 창신소프트 시절 만났던 인연도 있다.
 
- 작년 5월에 국내 벤처기업인 CSLi가 시스트란과 합병했다. 스스로 시스트란과의 화학적 결합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프랑스 시스트란측이 한국사람의 열정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구글이 시스트란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시스트란이 거절했다. 또 우리는 시스트란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사명도 시스트란으로 바꿨다. 시스트란의 역사를 유지해 나가면서, 한국인들의 열정으로 회사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거다. 구글이나 MS보다 더 좋은 회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 NTT도코모와는 어떻게 만났고, 시스트란을 선택한 이유는?
 
▲NTT도코모의 실시간 번역통화에 CSLi의 제품이 선정됐었다. 또 우리가 시스트란이라는 회사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술력과 더불어 시스트란 언어쌍들을 보고 급진전을 타게 됐다. NTT도코모가 우리의 장점을 본거다. 우리는 47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총 지원되는 언어쌍이 138개다. MS, 구글보다 많다. 다른 업체들이 우리의 기술력을 50%까지는 쉽게 좇아 올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상용화 수준으로 올라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거다.
 
- 합작회사(JV)설립은 보통 통신사 위주로 진행된다고 봐도 되나.
 
▲일본 NTT도코모의 경우 그 회사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기 위해 제안한 거다. 중국은 정부 기관인 후난성과 했다. 중국은 소수민족 언어에 대한 정치적 이슈가 있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시스트란이 이미 사업을 많이 하고 있었다. 앞으로 동남아 시장도 동일하게 비즈니스 할 거다.
 
- 동남아에서의 JV설립 계획은.
 
▲이통사가 될 수도 있고 대기업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동남아 언어권에서는 언어학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전산도 알고 그 나라의 언어도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두 가지를 동시에 알아야 알고리즘을 고칠 수 있다. 사람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나섰다. 부산외대에 '언어처리창의융합학부'를 만들었다. 외국어를 기반으로 전산도 배운다. 풀타임 장학금을 주고 있다. 강제적인 것은 아니지만 졸업 후 우리 회사에 취업하도록 하고 있다.
 
- 현재 구상 중인 번역 SW 탑재 로드맵이 있나.
 
▲요즘은 클라우드 방식을 사용한다. 번역기 자체를 하나의 서버에 올려놓는 거다. 제품군을 보면 번역도 있고,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SW도 있다. 또 대화형으로 음성인식 하는 것도 있다. 모든 게 하나로 합쳐지면서 이루어진거다. 번역만 볼 게 아니다.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음성인식만 하면 뭐 하겠나. 번역엔진이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거다. IoT에서 음성으로 컨트롤 하고 텍스트로 보내지는 순간 그 텍스트는 우리의 130개 언어쌍으로 다 뿌려지는 거다.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대가 되면서 기술들이 집약되는 추세다. 올해 CES에서 번역엔진과 음성엔진을 같이 선보였는데 큰 반향을 일으켰다.
 
- 시스트란은 IoT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나?
 
▲IoT 기기들은 보통 음성으로 조종한다. 말 그대로 M2M이다. 언어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거다. 명령어 조작하면 프로그래밍 하는 사람들이 룰 베이스로 다시 짜야 한다. 정형화 된 값만 들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제품은 음성인식과 번역이 같이 있기 대문에 대화형으로 툭 던지면 작동이 되는 거다. 언어가 컴퓨터 언어가 아니라 자연어라는 차이가 있다. 자연어를 기반으로 기계를 작동시키는 거다. 그걸 만드는 소스야 컴퓨터 언어로 하겠지만.
 
- 시스트란 번역 기술의 장점은? 
 
▲우리 제품은 사용하면 할 수록 DB가 쌓이면서 번역의 질이 높아진다. 빅데이터다. 마케팅 하시는 분들이 빅데이터 얘기 많이 한다. SNS를 영어로도 하고, 일본어로도 한다. 또 페이스북 친구들 중에 외국 사람도 많다. BtoB에서 한다면 퀄리티가 중요하다. 또 결과물이 내 자산이 되어야 한다. 자기 시스템 안에 음성인식을 갖다 놓고,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내 자산으로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실시간 번역을 해주는 기계가 나왔다. 언어장벽이 무너졌다고 할 만큼 완벽한 수준의 번역을 위한 로드맵은.
 
▲언어공학은 끝이라는 게 없다. 또 사람의 학습수준은 계속 높아진다. 계속 신조어가 생겨나고, 거기에 또 약어가 생겨난다. 패턴도 다양하다. 이를 접목하는 기계들과 주변 환경이 변화하기 때문에 개발이 되어야 할 것이 많다. 무궁무진하게 발전될 학문이고 산업이다.
 
- 현재 번역엔진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는가.
 
▲우리는 지금 138개 언어쌍을 분석할 수 있다. 일반 소비자용으로 나온 번역기는 제품의 질이 좋지 않다. 가령 UN같은 국제 기구에서 실력있는 통역사가 IT분야 세미나를 동시통역한다고 생각해 보면, 용어가 익숙하지 않을 거다. 클라우드를 구름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거다.
 
IT분야에 있던 통역사들이 하는 것과는 용어 번역 차제가 다를 수 있다. 산업 용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특정 산업 맞춰 번역엔진이 트레이닝 되면 그 산업에 맞는 양질의 결과물을 끄집어 낼 수 있다.
 
- 상장 이전에는 기업 가치를 키우는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올해 생각하는 방향성은.
 
▲자동번역 기술에 음성인식 등을 추가할 거다. 이를 통해 IoT 시장에 적절히 대응 할 거다. IoT 시장은 사람들이 투자는 하지만 아직 완성된 것은 안 보이는 초기시장이다. 시장은 커질 거다.
 
어제 우리 회사 채용공고를 냈다. 이 산업은 사람이 부족하다. 개발자도 부족하다. 일반 컴퓨터공학과 출신은 많은데 언어공학 전공자는 별로 없다. 인력을 모으는 게 관건이다.
 
또 최근 보면, 제조업의 중심이 한 동안 중국으로 가다가 이제는 베트남 인도쪽으로 가고 있다. 그 쪽에서도 붐이 일어날 거다. 중동도 보면 미국과 정치적 관계도 있고, 특히 언어 관련 솔루션으로 한국업체가 들어가기 좋은 시장이다. 다만, 아직 시장이 성숙돼 있지는 않다. 시스트란과 CSLi가 합병하면서 아시아 언어권, 영어 언어권에 모두에 강점이 있다. 합병 시너지가 나타날 거다. 올해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오래 준비하고 계속해서 노력하면 성장 가능성이 많다.
 
- 임베디드 형식으로 칩을 탑재하는 비즈니스도 계획 중인가.
 
▲칩에 심어지는 거다. 음성인식 엔진은 기본이다. 또 번역이라는 것은 메모리를 많이 차지한다. 여러 개의 언어쌍이 들어가려면 거쳐야 할 작업이 많다. 작은 디바이스에 들어가기 힘든 점이 있다. 또 언어는 점점 커지기 때문에 줄일 수도 없다. 그래서 클라우드와 통신속도 향상이 중요하다. 
 
- SW의 업그레이드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
 
▲고객이 하는 거다. 고객에게 제품을 줄 때 트레이닝 서버를 같이 준다. 쓰면 쓸수록 SW의 질이 높아지는 거다. 예전에 그것을 알고리즘으로 풀려고 했는데, 클라우드도 없고, 빅데이터도 없었던 시절에는 힘들었다. 이제는 다 있다.
 
- 올해 나스닥 상장이 목표인가?
 
▲상장을 시급한 과제로 보지는 않는다. 하나의 도구이고 직원에게 주는 비전일 뿐이다. 기업 가치를 계속 키워나가면 되는 거다. 진짜 거룩한 부담이 있다. 상장도 해야겠지만, 서둘러서 될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 하다가 자연스럽게 상장에 이르는 것이 좋다.
 
- IT업계에 오래 있었다. 어떤 철학이나 원칙을 갖고 있나.
 
▲거룩한 부담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 잘해야 한다. 전 직원이 성공 신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거다. 또 시스트란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거다. 언어 번역은 소통하는 거다. 빅데이터, IoT와 융합되어 성장해야 한다. 또 직원들끼리 융합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소통과 융합이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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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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