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소탐대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손실을 입는다는 뜻이다.
최근 증권업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거래소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사자성어다.
거래소는 올해 중점 추진사업 중 하나로 최소 170건 이상의 신규상장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거래소에 따르면 신규상장 기업수는 지난 2012년 29개사에서 지난 2013년 85개사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109개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소가 수치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걸로 예상하는 이는 있지만, 숫자에 함몰된 목표 달성이 시장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가 올해 유망기업의 상장을 촉진하겠다며 최소 170개 신규 상장을 목표로 내세운 것은 질 보다는 양을 중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는 주가지수가 박스권에서 머무르자 상대적으로 자금이 몰리는 기업공개(IPO)를 이용하고자 하는 건데 이는 주식 시장의 투기 열풍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 목표 중 코스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코스닥 기업의 상장폐지가 크게 줄었지만 그것이 시장의 신뢰를 높였다고 보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만약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정해진 결과를 위해 과정을 짜맞춘다는 식의 부정적 인식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의 상장 목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이들의 공통적 견해는 국내 증시가 아직 투자 보다는 '투기의 장'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 발전의 한 척도로 여겨지는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이벤트 개최에 성공했고, 1인당 GDP도 10위권에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경제적 입지는 굳혔다.
하지만 전세계 증권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그저 '신흥국'일 뿐이다. 현재 코스닥 지수가 약 20년 전 처음 생겼을 때보다 낮다는 사실이 국내 증시의 현주소를 대변해 준다는 생각이다.
거래소는 신규상장을 추진하고자 상장의 문턱을 낮추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상장폐지 등 양적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너무 간과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수는 지난 2010년 75개를 기록한 뒤 지난 2013년 33개로 점차 감소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15개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신규상장은 상장폐지보다 1개 더 많았을 뿐이고 2012년에는 상장 폐지된 기업수가 신규상장 기업수의 2배가 넘기도 했다.
증시 활성화 방안은 침체된 자본시장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신규상장을 많이 하는 것은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양적 목표에 치우친 상장 활성화 방안이 자격 미달 기업까지 증시에 끌어들여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투자자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것은 투자할 기업 숫자가 적어서가 아니라 성장성을 신뢰할 만한 믿음직한 상장사가 많지 않다는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