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조성진
(사진) LG전자 사장이 16일 '삼성 세탁기 파손'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와 함께 당시 현장의 CCTV를 전격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사과는 물의를 빚은 데 대한 것으로, 방점은 '해명'과 '반박'이었다.
조 사장은 먼저 "저의 행동으로 인해서 불필요한 논란이 생긴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이 보도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해왔다"며 진실 규명 차원에서 CCTV 공개 카드를 꺼내들었음을 설명했다.
조 사장은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독일 가전제품 판매점에는 저와 함께 출장을 갔던 일행은 물론 수많은 일반인들도 함께 있었고 바로 옆에서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며 "만일 고의로 세탁기를 파손했다면 무엇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행과 함께 세탁기를 살펴본 이후 1시간 넘게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삼성전자 직원들은 아무런 제지나 항의를 하지 않았다"며 "모든 장면은 가전제품 판매점의 CCTV에 찍혀서 그대로 남아 있고, 이 사건을 수사한 독일 검찰은 이미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저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경쟁회사의 제품을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저에 대한 혐의 유무는 재판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지난 40년간 세탁기 개발에 힘써 온 제 개인의 명예는 물론 제가 속해있는 회사의 명예를 위해서 현장 CCTV를 분석한 동영상을 공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신용은 한 번 타격을 입으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검찰에 제출했던 동영상을 공개하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규모의 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전자의 전시용 세탁기 3대를 손으로 눌러 문짝 연결부분을 파손한 혐의로 LG전자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과 조한기 세탁기연구소장(상무) 등 임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매장 내부 CCTV와 목격자 소환 조사 등을 통해 조 사장 등이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고 결론 내리며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전자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된 지 5개월여 만이다.
한편 LG전자는 이번에 공개된 영상을 통해 2차 접촉 때 조 사장이 힘으로 도어를 눌렀지만, 이는 일상생활 속에서 소비자가 자주 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또 도어 연결부부 파손과 관련해 조 사장 일행의 접촉 이후 검찰에 증거가 제출되기까지 삼성 측의 고의파손이 있을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과 LG 간의 신경전이 법정 비화를 넘어 주장 대 반박을 낳는 점입가경으로 전개되고 있다. TV와 디스플레이, 냉장고, 세탁기까지 그 대상도 천차만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