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군함 동승" 뒷돈 요구..정옥근 前해참총장 父子 구속기소

STX에 '후원금' 요구.."사업 안 할 거냐" 협박도

입력 : 2015-02-17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정옥근(62·사진) 전 해군참모총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해군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에 대한 수주 편의 제공 등의 대가로 STX그룹으로부터 아들이 대주주인 회사를 통해 7억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경법상 뇌물)로 정 전 총장을 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STX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정 전 총장의 아들 정모(36)씨가 대주주로 있는 요트회사에 국제관함식 연계 요트행사 후원금 명목으로 7억 7000만원을 건넸다.
 
합수단은 이 돈이 당시 해군의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에 대한 수주·납품 편의 제공의 대가라고 보고 있다. 국제관함식에서 강덕수(65·구속기소) 전 STX회장이 대통령과 군함에 동승할 수 있도록 하는 대가도 포함됐다는 것이 합수단의 판단이다.
 
2008년 3월 취임한 정 전 총장은 그해 10월 진행된 국제관함식의 행사 내용과 일정 수립 등을 해군참모총장 자격으로 총괄했다.
 
그는 국제관함식 두 달 전인 2008년 8월 아들 정씨의 부탁을 받고 국제관함식 연계행사로 요트행사를 개최했다. 전임 참모총장이 재임 당시 부적절하다고 배제했던 행사였다. 정 전 총장은 요트행사 주관사로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Y사를 선정했다.
 
Y사는 정 전 총장이 해군참모총장 취임 한달 전 설립됐다. 자본금 1억 원 중 5천만 원과 운영자금 3000만원을 정 전 총장이 지원했다. Y사의 직원이 1명뿐인 회사로, 국제관함식 요트 행사 이전까지는 매출이 전무했다. 
 
정 전 총장은 국제관함식을 앞둔 2008년 8월해군 중장 출신인 STX조선해양 사외이사 윤연(66)씨를 통해 강 전 회장에게 요트행사 후원금 명목으로 Y사에게 10억 원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강 전 회장은 해군 함정 획득사업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해 정 전 총장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회사 실무진에게 지시했으나 STX그룹 실무진들은 후원금 액수가 과다하고 제안서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지급 절차를 미뤘다.
 
이에 정 전 총장의 아들은 7억 7000만원으로 금액을 낮추며 "대통령 탑승 군함에 강 전 회장을 동승시켜 주겠다"고 역제안했다.
 
정 전 총장도 윤 전 중장을 통해 "내가 직접 얘기했는데 STX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 사업 할 생각이 있느냐"고 강 전 회장을 압박했다.
 
결국 강 전 회장은 방위산업 관련 사업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해 같은 해 9월부터 12월까지 계열사인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을 통해 7억 7000만원을 Y사에 지급했다.
 
그러나 실제 행사에서 Y사의 홍보 내용은 요트에 STX 로고를 붙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실제 행사에서 사용된 금액은 2억9600만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금액은 정 전 총장의 아들이 관리하면서 개인 용도나 회사 자금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후원금'의 대가는 쏠쏠했다. 강 전 회장은 2008년 10월 국제관함식 당시 방위산업체 관계자로서는 유일하게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탑승한 군함에 동승했다. STX그룹은 차기 호위함 디젤엔진과 유도탄 고속함 디젤엔진을 잇달아 수주했고, 2010년 4월에는 차기 호위함 방위산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합수단은 정 전 총장과 함께 아들 정씨, 그리고 윤 전 해군 중장, Y사 전 대표이사 유모(59)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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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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