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이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관 앞에서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근로자 분신 사망과 관련해 회사의 사과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최하나 기자)
[뉴스토마토 최하나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이
금호타이어(073240) 곡성공장 근로자 분신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측의 사과와 함께 도급화 중단, 특별교섭 요구안 수용 등을 촉구했다.
전국금속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고인의 뜻을 기리는 묵념 이후 금호타이어 규탄과 투쟁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는 이 자리에서 ▲사측 책임 인정과 사과 ▲구조조정 도급화 즉각 철회 ▲희망하는 조합원들 가족 심리치료 보장 ▲유가족 배상 등 네 가지의 특별교섭 요구안을 발표했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금호타이어가 김재기 열사의 죽음에 모든 책임을 지고 당장 도급화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며 "고인과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고, 더 이상 회사의 일방적인 도급화 강행으로 노동자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태의 본질인 도급화 철회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전 위원장은 "유족은 고인의 뜻에 따라 회사가 도급화를 철회할 때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금호타이어 자본은 유족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지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고, 빈소를 방문한 김창규 사장은 죽음의 이유를 모른다며 조사해보겠다는 말로 유족을 정말케했다"고 분노했다.
윤철희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금호 자본은 5년간의 워크아웃 기간 동안 현장의 생산라인을 도급화시키며 정규직 일자리를 빼앗아왔다"며 "고인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도급화를 반대하며 조합원에게 서명을 받았고, 워크아웃 졸업 후 작년 말 회사가 도급화를 중단했어야 함에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계속 중단 요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윤 수석부지부장은 "회사는 설 명절 이후 23일부로 이들을 전환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고인은 마지막 선택 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자신의 죽음으로서 회사의 도급화를 막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설 명절 휴무 기간에도 장례식장을 중심으로 대책위가 회사 측에 책임을 촉구했고, 사장도 직접 내려와 장례식장을 방문했지만 사과가 없었다"며 "어제도 사장이 두 번씩이나 찾아왔지만 회사의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고, 최소한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장은 그동안 노조와 합의해서 도급화를 추진해왔던 만큼 어찌 이것이 회사만의 책임이겠냐고 발언해 유족들이 분노했다"며 "최소한 유족에게 죽음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 하며, 유족이 단순한 배상이 아니라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원인인 지난 5년간의 구조조정, 도급화 철회를 요구하고 있기에 이제는 금호 자본이 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그러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투쟁을 통해 유족의 한을 풀고 고인의 뜻을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일단 사업장이 있는 광주 지역 중심의 투쟁을 시작하고, 추후 전국적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금호타이어지회는 24일부터 사흘간 부분파업을 전개하고 휴일, 연장근무 거부 등 현장 투쟁을 진행한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지회로 구성된 대책위는 이날 저녁 6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1차 결의대회를 연다. 26일에는 광주전남지역 금속노동자들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 모여 비정규직 철폐와 도급화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금호타이어 근로자 분신 사망과 관련해 비정규직 문제와 도급화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도급화를 막겠다는, 그것도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활동가가 결단한 이번 일이 너무 아프다"며 "도급화의 광풍들이 결국 죽음으로 내몰고 있고, 금호타이어에서 한 달 사이 두 명의 동지가 곁을 떠났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자본가들은 다양한 언어로 현장을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며 "박삼구 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전체 노동자의 이름으로 묻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동계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이 좀 더 일찍 도급화와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 사회 의제로 삼지 못해 죽음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