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의사협회 원격의료 안전성 연구 기자회견
(사진=문애경 기자)
[뉴스토마토 문애경기자] 의료계가 정부의 원격의료 안전성 검증 협조 불응을 주장하며 원격의료의 안전성 의혹 수위를 높였다.
정부가 의원, 원양선박, 군부대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하며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정부의 협조 불응을 들어 안전성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향후 원격의료 도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발휘할지 주목된다. 원격의료 도입 법안은 현재 의료계와 시민단체, 야당의 강한 반대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의사협회 3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의료 기술적 안전성 평가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나, 복지부의 협조 불응으로 단 한 군데도 제대로 점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작년 10월부터 9개 시군구의 11개 의료기관과 교정시설 2곳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의료계 참여 거부로 결국 정부 단독으로 진행해 '반쪽짜리' 시범사업으로 전락했다.
안전성 우려를 들어 반대한 의협은 원격의료 기술적 안전성 평가 연구를 정보보안 전문연구기관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에 위탁해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원격의료 안전성 검증을 위해 복지부, 보건소 등에 공문 4회, 유선 19회 등 총 23회를 요청한 결과, 원격의료 미실시 6건, 무응답 4건을 포함한 19건이 현장 확인 불가를 통보했으며, 현장 확인 가능은 2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현장을 검증할 수 있었던 B보건소는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가 아닌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거나 연구에 필요한 자료에 대한 피드백 부재로 인해 사실상 원격의료 현장을 확인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의협은 강조했다.
의협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의료·헬스케어 분야의 IOT(Internet of Things) 기기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으나 금융 등 타 산업 부문보다 사이버 공격에 취약해 상당수의 의료기기가 통신을 방해하거나 다른 신호를 보내는 물리적 해킹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또한 의협은 "이처럼 보안에 취약한 원격의료기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환자의 건강 진료 정보 및 개인정보 유출로 개인 사생활이 침해되는 원격의료시스템 해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재욱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객관적으로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계의 원격의료 참여는 있을 수 없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원격의료체계의 기술적 안전성의 철저한 공개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6일 의원급 의료기관, 원양선박, 군부대 등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의원급은 오는 3~4월 15개 의료기관을 추가로 모집, 5월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원양선박은 원양선박 운영회사와 협의해 6척 가량을 선정해 4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며, 원격진료 병원은 부산대병원이 맡을 예정이다.
또한 군부대는 의무사가 없거나 GP 등 출입 자유롭지 않은 군부대를 중심으로 선정해 올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찬수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은 "시범사업 과정에서 개선점이 나오면 법안에 보완할 수 있도록 국회와 논의할 것"이라며 "시범사업 평가가 나오면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