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異常過熱(이상과열) 아파트값 "88후 暴騰(폭등)"..기대심리탓(1988년 7월2일)
#거품은 더 씻어내야한다(1992년 2월1일)
#집값 거품이 걷힌다(1993년 1월13일)
#집값 급등않을 4가지 이유(1999년 8월30일)
#"집값 안 오르는 7가지 이유"(1999년 10월9일)
과거 신문의 부동산면을 채운 뉴스 제목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부동산값 하락이 사회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십년 동안 집값 하락과 거품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집값은 큰 그림에서 우상향을 지속해 왔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에 의한 하락을 제외하고 시장 내부 자정 기능에 의한 눈의 띄는 내림세는 없었습니다.
1986년부터 2014년까지 과거 28년간 전국 평균 아파트값을 확인해 보면, 내림세를 보인 해는 7번 뿐이었습니다. 특히 5% 이상 하락한 해는 외환위기가 몰아쳤던 1998년 한해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상승한 해는 21번이나 됩니다. 1988년(20.0%), 1989년(20.2%), 1990년(32.3%), 2001년(14.5%), 2002년(22.8%), 2006년(13.8%)은 두자릿수 급등을 경험했습니다.
◇1986년~2014년 아파트값 변동추이(자료=KB국민은행)
지난 몇년간 향후 전망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불암감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지배해 왔습니다. '더 이상 오를 수 없다', '거품은 붕괴할 것이다',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라는 위기감 섞인 경고의 메시지가 흔하게 쓰였죠. 이는 예전부터 나왔던 우려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오랜 시간 부동산을 경험해 본 분들은 "나중에 보면 알 것이다. 누가 웃게 될지. 집사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핑계에 불과하다"라고 응수합니다.
이런 분들은 통계나 경제원리에 따른 시장 전망을 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마냥 떨어지게 두지 않을 것이고, 바람이 한번 불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다는 군중심리를 지켜본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부동산 전문가들도 믿지 않습니다.
"수도권 시장이 얼어있을 때 대폭락이 온다고 주장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사람은 지금 어디갔나요?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번은 맞습니다. 시류에 편승하려는 하락론자들의 말은 믿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부동산에 대한 무한신뢰를 보내는 분들도 계십니다.
"옛날부터 부동산은 떨어질거라는 뉴스는 항상 나왔어요. 하지만 지금 어떤가요. 1~2년 찔끔찔끔 빠질 뿐 반값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1년만에 두배로 오른 아파트가 있었다는 것은 쉽게 찾아 볼 수 있죠. 은마아파트의 분양가는 때 옛 평당 68만원이었습니다. 지금은 3000만원에 육박하죠." 강남의 중개업소에서 만난 백발 신사분의 말입니다.
◇1979년 당시 은마아파트 분양광고(사진=네이버 블로그 캡쳐)
현재 주택시장은 예전처럼 주택이 부족한 시절이 아니죠. 경제성장도 예전만 못 합니다. 젊은 세대들은 구직난을 겪고 있습니다. 미래 주택시장의 주역이 될 젊은세대는 88만원 세대로 불립니다. 젊은 세대들의 주택 소유 의식도 과거와는 다릅니다. '내집마련'을 목표로 살던 전세대와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집값이 계속해서 오를까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그런데도 '집은 확실한 자산이다'라며 신뢰를 잃지 않는 분들 많습니다. 대부분 집을 몇채씩 가지고 계신 분들이지요.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침체일로를 지나가는 지난 몇년 동안에도 계속해서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재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분들이 보내는 신뢰는 자신의 재산가치 하락에 대한 반발일지, 경험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공 투자일지 조금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