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이동통신 3사가 수사기관에 고객들의 통신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법원 판결에 따라 통신자료를 제공할 경우 고객에게 이를 알려줘야 하지만, 이에 대한 수사기관의 곱지 않은 시선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1월19일 서울고법은 참여연대가 이통 3사를 상대로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개인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통사는 위자료 20만~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통신자료 제공이 현행법상 의무조항이 아니고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데서 비롯됐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이 수사상 또는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개인정보 열람 또는 제출을 요청하면 그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달리,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신상이 담긴 ‘통신자료’는 이통사가 임의로 제공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이통 3사가 수사기관에 제공한 통신자료 건수는 약 760만 건이다.
그러나 통신자료 제공여부를 해당 고객에게 알려달라는 소송이 제기되고, 고법이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림에 따라 이통 3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경우 고객들의 위자료 요구가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이통사들은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통신자료를 제공하되, 소비자들에게는 자료제공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아직 통신자료 제공 중단을 결정하지는 않았으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추후 대응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통신자료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한 바는 없다”며 “사업자 임의라고 해서 무조건 통신자료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통신자료 요청서와 같은 문서접수 절차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호한 법 조항 때문에 생기는 법적·사회적 리스크가 통신사로 다 돌아오고 있다”며 “국회에서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지만 장기간 지체되는 상황에 대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자들이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