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보건복지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어린이집 CCTV 의무화와 담뱃갑 흡연경고 그림 부착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복지부가 법안 통과 여부를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국회 통과를 자신하다 일을 그르쳤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담뱃갑에 흡연경고 그림과 문구를 넣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대해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법안 통과를 보류했다.
이번 개정안은 담배 제조사가 담뱃갑 앞·뒷면 전체 면적의 50%에 흡연경고 그림·문구를 붙이게 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물리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 부착을 담뱃값 2000원 인상과 함께 지난해 연말부터 추진했으나 담뱃값 인상만 국회를 통과했고 경고 그림·문구 부착은 계속 무산·지연됐다.
아울러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복지부가 지난 1월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으로 내놨던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영유아보육법 개정안)까지 부결했다.
이날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정부는 어린이집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살피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자 CCTV라도 달자고 한다"며 지적했다.
이처럼 최근 복지부가 최근 중점 추진한 두 법안이 모두 국회 문턱을 못 넘자 정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담뱃값 인상을 증세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담뱃갑에 흡연경고 그림을 붙이는 법안이 통과돼야만 정부의 금연정책이 증세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어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금연운동을 확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개정안은 새누리당에서도 보완을 거쳤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법안이 보류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법안이 보류된 사정을 듣고 개정안을 고쳐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CCTV 의무화 법안 부결도 마찬가지다. 이번 법안은 어린이집으로 하여금 보육시설 내 주요 공간에 CCTV를 반드시 설치하게 하는 것으로, 복지부가 1월 발표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지만 찬·반 논란도 가장 컸다.
그러나 막상 상정된 법안을 살펴보면, CCTV 설치를 강제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물게 하는 내용만 있다. CCTV 설치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고 어느 장소에 몇 개를 설치하며 어린이집 측과 학부모의 사전동의 여부 등 다른 중요한 내용은 생략됐다.
정부가 구체적 대안 없이 아동학대에 성난 민심을 무마하려고 법안 통과만 급히 추진한 셈. 이에 이번 국회 본회의 부결로 복지부는 CCTV 의무화를 반대하는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무리하게 법안 추진을 강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야 모두 CCTV 설치의 필요성을 인정했으나 비용 등 세부대책 마련을 요구했다"며 "법안을 다시 검토해 재상정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트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