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원격의료가 더 확대될 모양새다. 그러나 정부가 안정성 논란이 큰 원격의료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범사업이 여의치 않고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한 데도 오히려 시범사업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법무부, 해양수산부 등은 오는 7월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군부대와 원양어선, 교정시설 수감자 등에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원격협진 활성화 및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산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도서벽지 3곳, 교정시설 27곳, 휴전선 내 감시소초(GP) 2곳에서만 이뤄졌던 원격의료를 전·후방 격오지 부대 40곳, 원양어선 6척까지 확대하고 교정시설은 2곳~3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을 현행 18개소에서 50곳으로 늘려 원격의료 대상자를 최대 1000명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의사가 영상 통신장비를 활용해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고 있다.(사진=보건복지부)
◇정부, 안정성 검증 뒷전..경제살리기만 기대
문제는 정부가 원격의료 사업 도입을 통한 보건·의료산업 활성화와 그에 따른 경제살리기에만 목을 매고 있어 원격의료와 관련된 우려는 무시하거나 꼼수를 부린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는 원격의료의 가장 큰 논란거리인 안정성 검증은 뒷전에 미룬 상태다. 원격의료는 의사와 환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면만 보고 진료하므로 오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 의료정보가 통신망·서버 해킹 등을 통해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원격의료는 의사의 오진이라는 1차 의료사고와 환자 정보유출이라는 2차 사고의 위험을 모두 가진다"며 "정부는 원격의료에 대한 객관적·실증적인 검증과 효과성에 대한 근거도 없이 원격의료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협회가 자체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점검한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우려하는 원격의료 컴퓨터가 악성코드에 감염됐거나 의료기관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지키지 않는 등 오진 위험성과 개인정보 유출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됐다.
◇시범사업 멋대로 연장..현장 반응 미지근
정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처음 시작하며 했던 공언까지변경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하는 의사협회, 시민단체 등의 반말을 무마하기 위해 원격의료의 안정성과 과효성을 검증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임상과 임상시험 통계 등에 관한 전문가 10인 내외로 구성된 원격의료 평가위원회를 통해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와 지적들에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원격의료 활성화 계획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처음 정했던 시범사업 기간을 더 연장하겠다는 것인 데다, 원격의료에 대한 평가는 아예 언급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중간평가는 4월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정부는 평가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어 의사협회 등과의 갈등만 키우고 있다.
지난 6개월 간 추진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실적도 논란거리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기 전 복지부는 문형표 장관 등이 나서 "의료계 내부에서 원격의료에 찬성하는 분들이 많다"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홍보했으나 실제 참여한 의료기관은 18개소에 그쳤다.
또한 실제 원격의료라고 부를 수 있는 환자 진단과 치료를 하는 곳은 보건소 2곳과 일반 의원 1곳 등 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기관은 원격 모니터링과 상담 등만 진행하고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의료계는 예상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원격의료의 안정성과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사들이 많은 데다 원격의료 장비를 갖추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그에 따른 효과, 이른바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시범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을 늘리기보다 원양어선과 군부대, 교정시설 등 정부가 원격의료를 강제할 수 있고 환자 역시 원격의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곳만 골라 시범사업 대상을 확보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