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전두환 신군부 당시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 중 하나인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과거 피해보상금 수령'을 이유로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앞서 지난달 8일 대법원은 아람회 일부 유족들이 낸 소송에서 소멸시효와 가족구성 시기를 이유로 원심의 유족 일부 승소판결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과거사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계속되는 국가배상 책임 면죄부 판결에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박해전(60)씨 등 아람회 사건 피해자 및 가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결정을 파기하고 소송을 각하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 등이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이상 이에 대해 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박씨 등의 이번 소송은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합하다"고 밝혀, 소송 자격 자체가 없다고 결론냈다.
재판부가 청구 각하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이들이 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으로 각각 3400만~1억2600만원 가량을 수령했던 점이다.
재판부는 광주민주화운동 보상금 신청시 작성한 동의 및 청구서에 '신청인은 그 보상금 등을 받을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하여 화해계약하는 것이며, 그 사건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다시 청구하지 아니하겠음을 서약함'이라고 적시돼 있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고문 피해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강력반발하며 "정당사회단체와 UN인권이사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고문조작국가범죄청산운동연대(운동연대)는 대법원 판결 이후 성명을 통해 "피해자들은 재심 무죄판결이 나오기까지 30년 동안 반국가단체 굴레에 묶여 자신들이 몸담았던 공직에 서지 못하고 한평생 고통을 받아왔다"며 "대법원이 광주민주화보상금 구실을 붙여 소를 각하하는 폭거를 자행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고문조작, 국가범죄 등 중대한 인권침해 범죄는 소멸시효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게 국제법적인 원칙"이라며 "반인륜적인 고문조작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가해자가 그 책임을 다 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운동연대는 지난 2011년 대법원이 아람회사건과 인혁당사건에 대한 위자료 배상 기산점을 변경해 2심이 판단한 배상액을 3분의 1로 줄였던 판결로 인한 고통을 전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고법 결정으로 가지급금 받은 인혁당사건 피해자들은 국정원의 반환청구소송에 시달리고 자택이 압류되는 참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대법원이) 민법에 정확히 규정되어 있는 기존 3년 시효를 버리고 대법원이 2013년 12월 ‘6개월 시효 판례’를 새로 만들어 적용했는데 용납할 수 없다"고 대법원을 맹비난했다.
아람회 사건은 지난 1981년 7월경, 박씨 등 5명이 피해자 중 한명의 딸인 '아람'의 백일잔치에서 반국가단체 '아람회'를 구성했다며 경찰에 의해 체포되며 시작됐다. 이들은 법정에서 불법구금과 고문, 회유, 협박을 받았다고 진술했으나, 유죄를 선고받고 2년여간을 복였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 2007년 7월 아람회 사건에 대해 고문 등의 사실을 인정하며 '진실규명 필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2009년과 2011년 이들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은 지난 2011년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박씨 등 피해자 4명과 사망한 이재권씨의 부인과 아들은 같은 해 국가를 상대로 용공 조작사건으로 직업을 잃고 근무를 하지 못한 부분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박씨 등 6명 전원에게 국가가 19억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선 원고 6명 중 3명의 청구를 기각하고 박씨 등 3명에 대해서만 9억 7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1심과 2심은 아람회 사건이 5.18 민주화운동 이후에, 이를 알리기 위한 활동이었기 때문에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화해가 성립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