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에 맞춰 국내 금융사들도 중동 마케팅이 한창이다.
박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으로 함께하고 있는 국책은행들은 잇따라 현지에서 금융지원 협의를 진행하고 업무협약(MOU) 등을 체결했다. 또 시중은행들도 속속 중동 진출 모색을 발표하고 있어, 정부의 제2 중동붐 기조에 맞춘 섣부른 행보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박 대통령의 순방길에 함께 오른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3일(현지시간) 살레 알 아와지 사우디전력공사(SEC) 이사회 의장 겸 사우디수력전력청 차관과 기본협정(F/A)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기관은 SEC 발주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 교류를 강화하고, 한국 기업이 수주한 프로젝트에 30억달러 규모의 금융을 제공키로 했다.
수은은 사전에 신용한도와 주요 조건을 확정하는 FA를 맺게 되면 개별 수출거래의 금융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며 향후 한국기업이 SEC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에 제공하는 30억달러는 지난 2005년 이후 10년간 수은이 사우디 발전소 건설 4곳에 지원했던 28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수출입은행은 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우디전력공사(SEC)와 30억달러 규모의 기본협정 체결을 위한 약해각서를 맺었다.(사진=수출입은행)
역시 순방길에 동참한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중동지역 최대 민간 발전회사인 ACWA 회장과 만나 한국계 기업과 추진중인 발전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협의했다.
카타르 최대은행인 카타르국립은행(QNB) 행장과 면담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오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개최에 따른 인프라 건설로 늘어나는 금융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관단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생(PF) 분양에서 양 기관의 업무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 중동 지점을 철수하거나 진출 계획을 취소했던 시중 은행들도 줄줄이 중동 진출을 재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6월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지점을 개소한데 이어 신한은행도 올해 중으로 두바이 지점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도 올해 하반기까지 중동 진출 관련 내용을 검토해 진출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별다른 실익이 없는 보여주기식, 코드맞추기식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진행중인데다 경기회복국면이라고는 하나 유가하락 등으로 중동 경제의 악영향이 예상되고 있어 섣부른 시점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동에서 국내은행의 고객은 대체로 대형 건설사인데 이들의 중동 수주 실적도 급감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중동 건설수주액은 23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81% 넘게 줄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고 기업은행과 우리은행도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인만큼 정부의 중동 드라이브에서 물러나있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도 중동 진출과 관련해 수익면에서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은 눈치다. 제조업 거점으로 현지에서 꾸준히 금융수요가 발생하는 중국 등 아시아권과 달리 건설사들이 주로 진출해 있는 중동시장은 단발성 금융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은 국내에서 금융조달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금융회사의 현지 지점의 역할도 크지 않은 편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의 지원을 하는 국책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으로서는 진출 요인이 크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이 중동에 설립한 지점이나 사무소의 역할도 PF 중개나 정보제공 등에 그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동은 건설회사도 많고 자원도 많아 관심의 대상"이라며 "아직까지 활발한 영업은 힘들지만 시장이 다 열리고 나서 진출하는 것도 어려운 만큼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진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중동진출은) 선제적 시장조사 성격"이라며 "기업금융을 하는 곳에서는 큰 자금을 유치하기위해 소매금융에 강한 국내은행보다 중동 진출에 액션이나마 더 적극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