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무평가, '자화자찬' 일색..민심 "지나치다"

42개 중앙 기관 중 '소임 다했다' 80%..'일 잘했다' 30% 육박
朴 입맛 맞춘 국정과제 이행·규제개혁·비정상의 정상화 중점

입력 : 2015-03-04 오후 4:17:2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정부 장·차관급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평가가 자화자찬을 넘어 지나치게 후한 점수를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정부의 국정과제를 도맡아 추진한 기관은 모두 '우수'를 받아 국정이 잘 운영되는 것처럼 홍보하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
 
지난 3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14년도 정부 업무평가'를 보면, 정부업무평가위원회(공동 위원장: 국무총리·이해영 영남대 교수)는 중앙 행정기관 42곳(장관급 21곳, 차관급 21곳)을 대상으로 업무평가를 벌여 12곳(장관급 6곳, 차관급 6곳)에 우수를 줬다.
 
우수 기관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국토교통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 산림청, 중소기업청, 특허청, 경찰청 등이다. 교육부와 국세청 등 22곳은 '보통'을, 외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8곳은 '미흡'을 받았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평가대로라면 42개 기관 가운데 28%가 '일을 잘했다'는 뜻이다. 보통을 받은 기관까지 포함하면 전체 중앙 기관 중 80%가 '그럭저럭 소임을 다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턱걸이하고,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경제활성화, 공공개혁, 무상복지 실현 등 주요 국정과제가 철회·수정됐거나 성과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정운영 실상과 관계없이 부처별 평가는 자화자찬 일색이다. 우선 기재부는 총투자 증가율(4.4%)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3.5%)을 웃도는 등 투자가 성장을 이끌었고, 공공기관 부채를 감축해 공공기관 방만경영을 개선시켰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그러나 과거 기재부가 경제살리기에 실패하면서 현오석 전 장관이 1년 만에 사퇴했고 최경환 경제팀 역시 눈에 띄는 경제활성화 실적을 못 냈다는 점, 최근에는 연말정산과 증세파동을 겪으며 박근혜 정부 지지율 하락에 한 몫했다는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더욱이 내수와 소비, 기업체감 경기 등 박근혜정부 3년차의 실물경기 지표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 초라하고 저물가 기조까지 이어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재부에 우수점을 준 것은 평가의 신뢰도마저 의심하게 만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의료산업 민영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 의료계·시민단체와 갈등을 겪었던 복지부, 창조경제 구현에 성과를 못 낸 미래부, 잇따른 부동산 정책으로 전셋값을 요동시키고 주거난을 심화시킨 국토부 등이 우수 기관으로 분류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정부업무평가위원회에 참여한 한 위원은 "이번 평가는 정부의 실정과 흠결을 지적하는 것보다 국정과제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려고 노력했느냐를 중점적으로 검토했다"며 "우수와 보통 기관이 많은 것은 위원들도 고민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주요 평가항목 자체가 국정과제 이행과 규제개혁, 비정상의 정상화였다"며 "추가로 정책 홍보와 부처 간 칸막이 제거,  대국민 업무 태도 등을 종합 평가했으나 사실상 이들의 비중은 전체에서 15점밖에 안 될 만큼 비중은 낮았었다"고 말했다.
 
결국 레임덕 논란이 나올 만큼 정부의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박 대통령의 입맛대로 국정을 운영한 부처만 높은 점수를 받은 셈. 이번 업무평가는 시장·여론과 엇박자를 내는 불통정부의 모습만 재확인시켰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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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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