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지난 몇 년간 꽁꽁 얼어붙어 있던 국내 플랜트 발주가 올해 한꺼번에 쏟아질 전망이어서 대형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유가폭락과 수요부진 탓에 최악의 경영환경에 처했지만, 선제 투자를 통해 시장 회복기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쓰오일(S-OIL)은 최근 울산 온산공단에 석유·화학공장 건설 프로젝트의 기본설계(FEED)를 마무리 짓고, 4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발주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중 최대 규모로 1공구 공사 2조5000억원, 2공구 1조원, 3공구 5000억원 등 총 4조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부지정리작업을 대림산업이 1500억원에 수주한 바 있어 경쟁사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한발 앞서 있다는 관측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 2013년 10월 ENI의 자회사인 베르살리스와 합성고무 제조판매회사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했다.
올해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는 여수에 20만톤 규모의 SSBR(차세대 합성고무제품 원료), EPDM(타이어 튜브 소재)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발주금액은 약 4000억원 규모로 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해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했다.
또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미국 액시올사 에탄크래커 콤플렉스와 합작사업을 결정하고, 북미 셰일가스 기반의 에틸렌 100만톤 생산과 MEG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유가하락이 지속되면서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중으로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 규모의 이번 MEG 콤플렉스에는 현재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Toyo가 입찰에 참여했다.
한편,
현대건설(000720)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17일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이 발주한 100만톤 규모 혼합자일렌 생산공장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총 사업비는 8200억원 규모다.
◇국내 기업이 투자 예정인 플랜트.(자료=한국투자증권)
올해 국내 기업의 플랜트 발주는 총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2조9000억원에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정유 화학산업이 호황이었던 지난 2010년 플랜트 발주 9조400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처럼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정유 화학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건 시장 회복기에 대비해 선제 투자 전략과 기업 이익 유보 과세에 따른 투자 활성화, 기업투자 규제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에서 진행되는 플랜트 사업의 경우 인력과 자재 조달이 원활하고, 무엇보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규제 리스크가 적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은 플랜트 사업부문의 구조와 인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현대산업(012630)개발이 현대건설 출신인 김정기 부사장을 영입해 인프라환경·플랜트사업본부장에 임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하락과 플랜트 발주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건설사들에 국내 플랜트 발주 증가는 가뭄에 단비와 같다"면서 "국내 수주를 선호하는 이유는 공사비 외에 수익을 따로 보장받는 cost+fee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