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과 레퍼런스, 그 미묘한 차이

입력 : 2015-03-05 오후 3:24:53
◇랩퍼 버벌진트. (사진제공=브랜뉴뮤직)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표절과 레퍼런스(Reference)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가요계에서 잇단 논란을 낳고 있다. 
 
랩퍼 버벌진트(35)의 신곡이 지난 4일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발매한 음원 '마이 타입'(My Type)이 팝가수 오마리온(31)의 ‘포스트 투 비’(Post to be)를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마이 타입'은 버벌진트가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을 맡고, 강남, 제시, 치타가 함께 부른 곡이다.
 
소속사 브랜뉴뮤직 측은 "두 곡 모두 최근 미국 음악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래칫'(Ratchet)이라는 흑인 음악 장르다. 전체적으로 비교해서 들어보시면, 두 곡의 전체적인 멜로디와 구성, 코드진행, 악기편성 등은 서로 완전히 다른 별개의 노래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공식적으로 해명했다. 
 
하지반 반론도 만만찮다. 작곡가 A씨는 "곡을 들어보면 '마이 타입'이 '포스트 투 비'를 분명히 표절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다만 레퍼런스곡이라고 볼 여지는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유명 가수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때마다 등장하는 용어가 레퍼런스다. 레퍼런스는 특정 곡을 참고해 노래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표절과 달리 레퍼런스는 합법적인 작곡 방식으로 인정되고 있다. 유명 작곡가 프라이머리(32)는 지난 2013년 자신이 작곡한 노래 '아이 갓 씨'(I Got C)란 노래가 표절 시비에 휘말린 뒤 "네덜란드 가수의 원곡을 참고만 했을 뿐 표절이 아니다"는 해명을 내놨다.
 
문제는 표절과 레퍼런스를 구분 짓는 기준 자체가 모호한데다가 이 점을 교묘하게 이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작곡가 B씨는 "일단 레퍼런스할 곡을 찾은 다음 그것을 변형해 작곡을 하는 작업은 가요계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문제는 원곡을 어느 정도 변형을 하느냐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표절과 레퍼런스를 구분 짓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한두곡의 원곡에서 멜로디를 따오고, 이것을 조금만 비틀어 곡을 만드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것이 문제다. 표절이냐 아니냐는 곡을 쓴 본인만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레퍼런스할 곡을 해외에서 주로 찾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국내 음악을 레퍼런스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10여년째 아이돌들이 가요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작곡가들이 참조할 만한 아이돌들의 히트곡들이 충분히 축적됐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 한 관계자는 "과거에 히트했던 노래를 작곡가에게 주면서 이와 같은 느낌의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국내 음악 중에 레퍼런스할 곡을 찾는다는 것은 우리 가요 시장이 그만큼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작곡가들이 표절의 유혹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고 했다.
 
가요계에서 표절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다. 표절은 원작자가 고소해야 죄가 성립되는 친고죄다. 법원은 문제가 된 두 작품을 두고 '실질적 유사성'과 '접근 가능성'을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표절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하는데다 작곡가로서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실제 고소에 나서는 원작자는 드물다. '실질적 유사성'과 '접근 가능성' 역시 판단 과정에서 주관적 생각이 개입될 여지가 큰 기준인 탓에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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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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