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한미약품(128940)과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가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한 복합 개량신약 프로젝트가 지난해 파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GSK의 일방적 파기 통보로 인해 한미약품은 그동안 쏟아 부은 개발비 일부를 허공에 날릴 위기다.
◇2012년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오른쪽)과 아바스 후세인 GSK 이머징마켓·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장이 계약을 체결하고 악수하는 장면.(사진제공=한미약품)
9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다국적 제약사인 GSK는 2012년 '복합 개량신약 공동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과 신흥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복합 개량신약을 만들자는 게 취지였다.
한미약품이 초기에 제품 디자인을 잡으면, GSK는 자본력과 글로벌 마케팅의 노하우를 내세워 해외 시장에 선보일 방침이었다.
양사는 2개 제품을 최종 결정했다. 한미약품은 제제연구와 초기 임상(1상)을, GSK는 후기 임상(3상)에 개발비를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업계에선 다국적사의 개발과 마케팅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프로젝트의 의의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순항을 하다가 지난해 갑자기 틀어지게 됐다. GSK는 돌연 계약 파기를 통보한 것이다. GSK 해당 팀의 인력이 전부 교체되면서 프로젝트 진행을 중지시켰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인계를 받은 GSK 팀이 사업성을 전면 재검토한 것"이라며 "글로벌 마케팅 차원에서 해당 개량신약의 시장성이 낮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GSK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한미약품이 개발비를 날리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초기 임상 단계에서 계약이 깨져 한미약품만 개발비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GSK가 한미약품이 투입한 개발비의 절반을 지불하기로 하고 마무리됐다"며 "해당 프로젝트는 한미약품 개발라인으로 흡수됐으나 현재 진행이 보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1상까지 완료한 제품을 '드롭(중지·보류)' 시키기에 난감한 처지다. 기존 계획을 수정해 내수로만 한정할지, 단독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지 마케팅 타겟 수정도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다국적사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GSK의 변심으로 한미약품이 난처하게 됐다"며 "개량신약 사업을 진일보시킬 좋은 기회였는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양사 계약 관계의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GSK 관계자는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 지부에서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