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아름답고 화려한 시절이 있다. 그 시절을 우리는 ‘전성기’라고 부른다. 삶의 전성기에 대해 물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가장 눈부시게 활동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빛나는 그 시절을 말이다.
사람에게 전성기가 있는 것처럼 지역과 마을에도 전성기가 있다. 지역은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방문해줄 때, 마을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화목하게 어우러져 살아갈 때 전성기를 맞는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역에 모여들고, 마을은 큰 갈등 없이 행복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이들이 전성기를 지나면, 지역은 활기를 잃고 마을은 공동체가 침체된다.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지역은 낙후되며, 마을 사람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다. 전성기가 끝난 마을과 지역은 참으로 쓸쓸하다. 사람의 온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사람이 늙어가면서 점점 혼자가 되는 것처럼 마을과 지역도 결국 홀로 남겨진다. 그 안타까운 상황에서 마을과 지역에게 빛나는 전성기를 되찾아주고자 하는 이들이 바로 ‘지역 활성화센터’ 사람들이다.
처음 지역 활성화센터를 알게 된 건 지난 여름방학 때였다. 학교에서 주최한 지역 활성화 포럼에 참여하여 나는 지역 활성화센터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지역 활성화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지역 활성화란, 단순히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하여 단순히 그 지역의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소외되었던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지역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을 통해 마을 및 지역 주민들은 서로서로 협력하면서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된다.
서로에 의해 소외되는 분위기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지역 활성화 센터가 그 분위기에 완전히 역행하는 활동들을 진행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웠다. 실로 ‘함께 한다’는 것이 어려운 요즘이다. 다들 각자의 삶에 너무나 몰두하고, 타인의 삶에 섣불리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 활성화센터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긍정적으로 개입함을 추구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을 넘으면서, 함께하는 삶을 지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이유모를 따스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 지역 활성화센터가 어떤 일을 해왔고, 또 앞으로 어떤 함께하는 미래를 그려나갈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진=바람아시아
와,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벽의 색색 포스트잇이 참 인상적입니다. 저것들은 무엇인가요?
아, 저 메모지들엔 작년에 추진했던 사업들에 대한 평가가 적혀있어요.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었을지 하는 간단한 피드백을 쪽지에 적어놓고, 그것들을 항상 살피면서 앞으로 사업을 좀 더 원활히 수행하는데 활용합니다.
그렇군요. 인테리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예쁜 것 같습니다.(웃음)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네. 저는 지역 활성화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오형은 이라고 합니다.
◇오형은 지역 활성화센터 대표(사진=바람아시아)
지역 활성화센터가 하는 일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저희 지역 활성화센터는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지역을 가꿔나가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주민들을 교육하고, 그들과 함께 지역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계획을 세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도시나 농촌의 작은 마을, 크게는 시, 군 단위, 전통 시장이나 상점가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고요. 물론 지역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자료조사, 자원조사, 계획서 등이 필요합니다.
지역 활성화라는 개념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음, 지금 시행하고 있는 사업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쉬울 것 같네요. 지금 저희 지역 활성화센터에서 인천 남구 숭의동 주민들과 함께 3년 차 사업들을 몇 가지 진행하고 있어요.
숭의동에는 오래전부터 목공일로 생계를 이어오시던 목수 분들과 혼자 사시는 할머님들의 주거지가 함께 자리하고 있는데, 목공소 상인 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목공 일로만은 돈을 벌기가 힘들어서 다른 방안들을 모색하던 중이었습니다. 할머님들은 주거지가 목공소와 가깝다 보니 거기서 날아오는 나무 먼지들 때문에 힘들어하셨고요. 그래서 인천 남구청에서 저희 회사에 숭의동 활성화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저희는 우선 할머님들과 목수 분들의 소통을 주관했어요. 그분들이 함께 모여 우리 마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를 고민하면서 그분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드리려 노력했습니다.
또 그런 일을 찾고 나서는 함께 그 일들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동네 청소도 해보고, 꽃도 가꿔보고, 목수 분들이 할머님들을 위한 의자도 만들어드리기도 했어요. 이렇게 함께 노력하는 과정들이 지역 활성화가 아닌가 싶네요.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정도로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이제는 ‘지역 활성화’가 꽤 쉽게 다가온 듯합니다. 그렇다면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마을’은 무엇입니까?
저는 마을이 일정한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때의 공간은 물리적, 사회적 공간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죠. 그 공간 안에서 일상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도 같이 공유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접하는 ‘마을’은 주로 대부분 소외되고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아요. 도시에서는 개발되지 않은 원도심이나 구도심 같은 곳이랄까요? 이런 공간들을 주민들이 살기 좋게, 마을을 ‘마을’답게 만드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대표님의 말들에서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이 자부심 가득한 일을 대표님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학교를 다닐 때 이 일과 관련된 프로젝트 과제를 한 적이 있어요. 마을의 자원을 가지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해보는 과제였죠. 그 과제를 위해 처음 방문한 곳이 제주도 애월 마을이었는데, 마을에서 동네 할머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조용히 혼자 오솔길도 걸었어요.
정말 좋더라고요. 마을도 예쁘고 사람들도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이런 마을의 훌륭한 자원들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서 이곳에 올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느낀 긍정적인 감정들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 이후인 것 같아요, 마을과 지역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또 여러 사람들을 만날수록 사회에서 약간은 소외된 분들이 사람을 무척이나 그리워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분들이 좀 더 양지로 나와 사람들과 교류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런 생각들이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도록 한 것 같네요.(웃음)
일을 시작하시고 나서 추진했던 마을 컨설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컨설팅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이 일 시작한지도 꽤나 오래 되다 보니 추진한 사업도 참 많네요.(웃음) 음...아무래도 일 시작한 초기에 진행했던 마을 컨설팅이 아닐까 해요. 경기도 양평에 신론 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전 처음에 그곳을 ‘물 맑은 양평’ 쯤으로 생각하고 갔어요.
그런데 직접 가보니 강원도 홍천에 바싹 붙어있는 산골마을이더라고요. 그 마을 이장님께서 제게 마을 사람들과 힘을 모아 농촌 체험 마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제안하셨죠. 그 길로 마을회관으로 가서 마을 주민들을 살펴봤더니 대부분 고령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만으로는 농촌 체험마을을 만들긴 힘들 것 같다고 했더니, 이장님께서 그럼 겨울에 어르신들 따뜻한 곳에서 밥만 제대로 챙겨 드실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왜 어르신들은 밥이 없어서 못 드시는 게 아니라 있어도 귀찮아서,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안 드시잖아요. 이장님은 그게 진심으로 안타까웠던 거죠.
저도 그 마음에 공감해서 한 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여러 가지 작은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어르신들도 열심히 참여해주시고, 모두가 힘을 합쳐서 지역을 이끌다보니 어느새 그 마을이 농촌 관광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첫 사업으로 지역 축제를 해서 이젠 외부 사람들에게도 꽤 많이 알려졌고요.
◇자료=바람아시아
마을 공동체를 가꾸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주민들 스스로 자기 동네를 예쁘게 가꾸면서 자부심을 가지고, 누구보다 재미나게 살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껴요. 주민들끼리 마을을 위해 동네 하천을 정리하고, 집 앞에서 나는 작은 텃밭채소들 모아서 마을 공동의 소득을 만들고 하는 모습이 참 제 입장에서는 감사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번에 진행한 수원 뭇골 시장 활성화 사업 이후에 상인들이 더 즐겁게 일하시고, 자신의 일만이 아닌 시장 전체를 생각하시게 된 것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한마디로 주민들의 저희의 노력으로 좋게 바뀌어나가는 것을 볼 때가 제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대표님이 이 일을 하시면서 좋은 사례들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셨을 것 같습니다. 혹시 외국의 지역 활성화 사례 중에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사례가 있었나요?
네. 공부 많이 했어요.(웃음) 마을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직접 살아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많이 배우고 외국의 여러 사례들을 찾아보기도 했죠. 그 중에서 참 좋다고 생각한 사례가 네덜란드의 ‘리빙룸 레스토랑’ 이었습니다. 할머님들이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혼자서 식사 잘 안하시잖아요.
그래서 그분들의 건강을 염려한 네덜란드의 어떤 사회적 기업이 할머님들을 설득해서 그분들 집에서 같이 밥을 먹자고 제안했어요. 그분들이 가장 잘 하는 요리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새 접시도 준비해 드리고, 필요하면 같이 장도 봐드렸죠. 그러고 나서 요리가 완성되면 동네에 방을 붙여요. “오늘은 이 할머님 댁에서 어떤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몇 시에 같이 드시고 싶은 분들은 얼마를 지참하고 오세요.” 정도로요. 그러면 몇몇 동네 주민 분들이 모여서 같이 식사를 해요. 같이 밥을 먹으면서 서로의 요리를 칭찬하고 사는 이야기 나누면서 이웃 간에 좋은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죠.
이 사례가 우리나라에 적용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서 한번 시도해보긴 했습니다. 하나는 인하대 학생들이 집 밥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해서, 거기에 리빙룸 레스토랑을 적용하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연결 사업을 추진했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과 할머님들 사이에 관계 형성이 마음만큼 쉽게 되지가 않더라고요. 할머님들이 학생들을 무서워하고, 신뢰 형성이 안 되니까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도 힘들었죠. 또 하나는 부산 동구 할매 레스토랑이었어요. 원래는 혼자 사시는 할머님들께 지자체에서 식사를 제공했었는데, 통장님께서 동네 자체적으로 식(食)문제를 해결해 보시겠다고 해서 시작된 사업이었습니다.
이곳은 인하대의 경우와는 달리 오랫동안 이웃으로 함께 살아온 분들이 계시는 곳이라 잘 시행될 줄 알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 주민들이 누군가를 자신의 집에 초대해서 밥 먹는 것을 불편해하시더라고요. 결국 두 사례 다 적용은 실패로 끝났죠. 그래도 이 경험을 통해서 아무리 좋은 사례라도 사람간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일을 하시면서도 또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신다는 게 참 부럽습니다. 앞으로 지역 활성화센터가 지속 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지원하기 위해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마을 주민들의 주체성을 만들어주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이라는 건 바깥에서 끊임없이 재화가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필요한 자원들이 순환하는 것을 의미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제들을 자발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주민들의 주체성이 꼭 필요합니다.
주체성을 반복해서 발휘하다 보면 그게 자긍심으로 변하는 경우도 종종 봤고요. 특히 농촌의 경우에 좋은 자원들을 참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걸 활용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냈을 때, 다른 사람들은 감동하고 그 가치를 알아봐주죠. 또 거기서 경제적 이익이나 사회적 가치들이 다시 생산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지역 안에서 할 일이 생겨나요. 그 일들을 우리들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이어서 해결해나가는 것, 그게 지속가능 아닐까요? 이 과정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활성화센터의 사업이나 활동들은 요즘 사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는 매우 개인화되고, 이웃에게 무관심한 사회잖아요. 그런 오늘날에 대해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회가 개인화되고 서로에게 무관심해질수록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이런 말도 있죠. 내 이웃에 누군가가 아픈 것은 모르고, 멀리 떨어져있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굶는 것은 잘 안다는 말. 물론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굶는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고 도와줘야할 일입니다.
하지만 비교적 더 많이 이슈화된 쪽으로만 관심과 온정을 베푸는 건 정말 슬픈 일이에요. 정작 내 옆의 사람과는 관계 맺기를 꺼려하죠. 그런 사회가 될수록 내가 무언가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듭니다.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같은 것을 찾아나가고, 소통하며 관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에 함께하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새로운 지역 활성화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똑똑 도서관’이라고 하는데, 원래 목적은 아파트 단지 내에 주민들이 읽지 않는 책을 기증받아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책 기증을 받아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 오래된 책들만 나와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합니다.
고민하던 와중에 새로운 대안으로 SNS를 활용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해요. SNS에 “우리 집에 이런 책이 있다”고 올리면 아파트 주민들이 그걸 보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댓글로 대출요청을 하고, 그 집에 직접 찾아가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거죠. 이웃이 책을 빌리러 직접 집까지 찾아왔는데 그냥 책만 주고 돌려보낼 수 있나요. 차라도 한 잔 함께 하며 두런두런 이웃끼리 이야기하는 거죠. 사회가 조금 느리게 개인화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런 사례들이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자료=바람아시아
지역 활성화의 다양한 사례들을 알게 되어서 좋습니다. 혹시 여러 지역 활성화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회의감이 드신 적 있었나요?
있었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양평의 신론마을의 경우가 그랬죠. 처음에 갔던 그 마을은 동네 주민들끼리 잘 살고, 행복했던 마을이었어요.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니 마을에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거기서 여러 가지 갈등들이 생겨났고, 주민들 간에 반목하는 경우도 나타났죠.
심지어 오랫동안 부대끼며 살아왔던 주민들끼리 고소를 하고, 구속까지 가는 상활이 벌어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하는 후회 아닌 후회를 느꼈어요. 마을 어르신 한 분이 제게 원래 이러지 않았던 마을이었다고 한탄하신 적도 있는데, 모든 게 제 탓인 것만 같다는 느낌도 강하게 받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갈등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처음에 따뜻하고 화목했던 그 마을로는 완전히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아무래도 통감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은 조금씩 바뀌어 나갑니다. 주민들이 만들어내는 성과가 계속해서 있어요. 그래서 전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마을은 우리보다 훨씬 오랜 옛날부터 그 자리에 있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니까요.
저희 지역 활성화 센터는 마을의 역사의 일부분에 함께하는 겁니다. 처음엔 제가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마을에 내재되어 있는 엄청난 힘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죠. 지금은 여러 힘든 일을 겪은지라, 그 힘을 존중하며 욕심을 내려놓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마을 주민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방식이 저의 기준, 그리고 일반적인 사회 통념과 맞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거나 함부로 지적하면 그들과 함께할 수 없더라고요. 주민들은 외부의 능력자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우린 그저 그들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기만 하면 됩니다. 이 깨달음 또한 제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대표님이 바라시는 지역 활성화센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와 함께 일을 하는 이들은 모두 공간을 이해하는 방법, 함께하는 방법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고민들이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했으면 합니다. 현장에 가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필요하다면 이곳뿐만 아니라 더 많은 지역에 지역 활성화 센터가 생겨서, 그것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작업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현재이든 미래이든 저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지역 활성화’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함께 호흡하는 지역 활성화 센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함께 함에도 외로운 요즘이다.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한 곳에 수백 명이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우리는 정작 바로 옆 집 이웃의 이름도 모른다. SNS가 개발되어 세계의 시민들과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내 윗집 어르신과 말동무를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모순적인 상황에 관계의 다리를 놓아주는 이들이 지역 활성화센터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람의 온기가 줄어든 곳에 다시 그것을 불어넣어주고, 마을이 하나로서 기능하게 열심히 도와준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지기까지의 과정은 물론 쉽지 않다. 모두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이들이 하나의 점으로 모인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도록 노력하는 지역 활성화센터와 그 사람들이 있기에, 전성기가 지나간 지역에 다시 봄이 올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를 함께 진행해주신 지역 활성화센터 대표님께서는 마지막으로 “이 일이 나를 점점 사람답게 만들어줍니다.”라는 말을 전해주셨다. 그 말에서 느껴지는 진심은 앞으로도 지역 활성화센터는 ‘사람’을 원동력이자 근본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게 했다.
지역과 마을 공동체가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 데는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지역 활성화의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아무리 외관상 잘 가꿔지고 발전된 지역이라 할지라도 사람이 없다면, 그곳을 채워주는 인정(人情)이 없다면 진정한 전성기가 왔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을 고민하고 사람과 호흡하는 지역 활성화 센터이기에, 그들이 관여하고 참여하는 마을과 지역은 앞으로도 언제나 전성기일 것이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