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벽은 높았다..제네시스도 안착 실패

입력 : 2015-03-10 오후 5:44:54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유럽의 벽은 높았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가 각종 상을 휩쓸며 제 가치를 입증했지만, 정작 명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도통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세대 제네시스 출시 6년여 만인 2013년 11월, 제네시스는 2세대 모델로 새롭게 태어났다. 현대차(005380)는 자사 역량이 결집된 2세대 제네시스 출시와 함께 유럽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1세대 제네시스를 통해 북미에서 고급화 이미지를 굳힌 것이 강한 확신의 발판이 됐다.
 
정몽구 회장은 "제네시스는 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세계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할 것"이라며 유럽 상륙의 깃발을 들었다. 하지만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당초 기대가 꺾이면서,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유럽을 상관관계에 놓는 것조차 꺼려하고 있다.
   
◇제네시스 국가별 판매량(단위:대)(자료=현대차)
 
10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해 서유럽에서 총 163대를 팔았다. 제네세스가 출시된 5월 10대를 시작으로 6월 32대, 7월 20대, 8월 29대, 9월 28대, 10월 13대, 11월 20대, 12월 11대가 각각 판매됐다.
 
유럽에서의 전체 승용차 판매대수의 1%도 안 된다. 이 기간 투싼과 i20, i30 등이 유럽 판매를 이끌었다. 1세대 제네시스가 유럽에서 2011년 10월 출시된 이후 2013년 11월까지 2년1개월 동안 38대 팔린 것에 비해서는 나름 선전했다지만 북미 성적표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의 제네시스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미국 경제지 키플링어가 선정한 '2015 최고 가치 신차'에 이어, 캐나다 자동차 매체 오토가이드가 뽑은 '2015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캐나다 자동차기자협회(AJAC)가 선정한 '2015 캐나다 올해의 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호평은 판매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제네시스는 전 세계적으로 3만6711대가 팔리며 승용차 중 쏘나타·아반떼·그랜저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팔렸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제네시스는 2011년 1만8850대, 2012년 2만2687대, 2013년 1만9804대, 2014년 1만9133대 등으로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 프리미엄 세단 '신형 제네시스'(사진=현대차)
 
'미국시장은 제네시스 출시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대차는 제네시스로 큰 재미를 봤다. 제네시스가 출시되기 이전만 해도 미국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다 1세대 제네시스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고, 이는 '제값받기' 정책의 토대가 됐다. 
 
유독 유럽에서만 제네시스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보다는 북미형으로 많이 팔렸다"면서 "제네시스가 가솔린 엔진의 대형 세단인 데다, 유종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2세대 제네시스는 디젤 모델이 없다. 가솔린의 정숙성이 프리미엄 차량인 제네시스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연비와 효율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들의 디젤 선호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디젤에 집약된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럽 브랜드의 기술력과는 아직 격차가 있는 게 현실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가솔린 차량에 대한 유럽인들의 선호가 확실히 적다"며 "제네시스 디젤모델이 출시된다면 유럽시장에서 지금보다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네시스를 통해 명차 본고정인 유럽에 도전장을 내민 현대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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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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