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애경기자] 다국적 제약사들이 난치성 질환을 겨냥한 '고가' 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달 치료비가 1000만원을 혹가하는 신약들도 잇따르고 있다.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들에게 생명을 담보로 막대한 부담을 지우려 한다는 비판이다.
◇값비싼 약값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사진출처=길리어드)
값비싼 약값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약은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다.
작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발디는 한 알에 100만원, 석달치가 1억원이 넘는다.
소발디는 C형간염 치료기간을 기존 치료방식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단축시키고 치료율을 90% 이상으로 대폭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C형간염 환자들은 리바비린이라는 약을 매일 복용하면서 인터페론 주사를 주1회씩, 총 24~48주간 맞아야 했다. 소발디는 하루에 한 알씩 12주간 복용하면 된다.
소발디는 두통, 빈혈, 탈모, 발열 등 기존 인터페론의 부작용도 개선했다.
C형간염 치료 방법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소발디의 혁신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그럼에도 한달치 약값이 3000만원을 넘는 초고가 약가는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작년 4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개발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 측에 시판가를 낮춰주도록 권고했고, 최근 유럽특허청은 가격 적정성 심의에 착수했다.
이밖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애브비 등 제약사들도 C형간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 약제의 가격도 소발디보다는 낮지만 높은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BMS의 C형간염 치료제는 일본에서 석달치 기준 3000만원으로 시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9월부터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항암제 '옵디보'도 높은 가격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오노약품공업과 BMS가 공동 개발한 이 약은 흑색종과 같은 종양에 맞서 싸우는 면역항암제다. 1년치 평균 약값이 약 1억4000만원 수준이다.
문제는 초고가 약제들이 정부의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 흐름을 타고 보험급여권 진입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값비싼 약제들이 느슨한 틈을 타 급여등재되면 건보재정 낭비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한달치 약값이 1000만원이 넘는 폐암치료제 잴코리의 급여화다. 이 약은 최근 약제 급여 심사 위원 로비 의혹을 받은데다 기존 치료제에 비해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지 않았음에도 환자들의 요구에 힘입어 급여등재됐다.
실제로 정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정책을 시행하면서 고가약의 급여화가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유방암치료제 아피니토 등 표적항암제 8종이 급여확대 적용받았다.
환자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고가약을 급여권에 진입시키려는 제약사에게 악용돼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관성 있는 경제성 평가를 통한 급여등재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얘기다.
백용욱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환자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은 맞는데, 급여권 밖에 있는 것을 억지로 끌어들이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백 국장은 또 "기존 약과 신약에 대해 급여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원칙 없이 급여 등재가 이뤄지고 있다"며 "당장은 문제가 드러나지 않겠지만 향후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