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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0일 11: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시행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적합 판정이 취소된 업체는 8곳으로 늘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실제 처분을 미루고 있다. 정부 역시 제도의 실효성과 정책적 파급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올해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논란이 많은 제도다. 이에 <IB토마토>는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업계가 제기하는 우려와 규제당국의 개선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GMP 적합 판정 취소제 도입 이후 8개 제약사가 GMP 적합 판정 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과반이 넘는 5개 업체가 처분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 한 달여간 처분의 효력이 발생했던 사례를 살펴보면 이 제도는 한 회사의 매출을 반토막 낼 만큼 강력한 처벌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과도한 처분으로 인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시선과 함께 중대한 위법 사항임에도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총 8개 업체 처분 대상…효력 발생 시 대규모 피해 불가피
2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위반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총 8개 업체가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 대상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22년 고의적인 의약품 불법 제조와 기록서 거짓 작성 행위를 근절하고자 하는 취지로 도입된 GMP 적합판정 취소제는 반복적으로 GMP에 관한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해 의약품을 판매하는 경우 해당 의약품의 적합판정을 취소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제도 도입 이듬해 식약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한국휴텍스제약에 대한 첫 처분 사례를 공표했고, 이후 언론을 통해 한국신텍스제약,
동구바이오제약(006620), 삼화바이오팜이 차례로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서는 두원사이언스제약과 넨시스의 처분 사례가 공표됐고, 최근에는 식약처가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2개 업체에 대한 추가 처분 결정 사실을 공개했다.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 등을 제조해 판매하려는 제조업자는 제형 또는 제조방법별로 GMP에 적합하다는 식약처의 판정을 받아야만 한다. 즉 GMP 적합판정이 취소된 제조소에서는 의약품 제조 자체가 금지되는 셈인데, 현재로서는 휴텍스제약과 동구바이오제약의 사례를 통해 이 부담의 크기를 수치로 가늠해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해 8월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 명령 공문을 수령했다. 당시 회사는 4개의 대단위 제형에 대한 GMP 적합판정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취소 처분은 내용고형제에 대해 내려졌다.
회사가 공시를 통해 밝힌 영업정지금액은 1430억원이었다. 이는 2023년 내용고형제 부문 매출 금액이며, 같은 해 전체 매출액 2149억원의 66.57%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공문 수령 당일 회사는 적합판정 취소 처분에 대해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동시에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신청했고, 집행정지가 인용되면서 대규모 피해가 실현되진 않았다.
실제 행정처분 효력 발생 전후의 변화는 휴텍스제약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초 식약처는 2024년 2월부터 휴텍스제약의 내용고형제에 대한 GMP 취소 처분을 시행하기로 결정했고 사측이 집행정지를 청구했지만, 재판부의 판결이 지연되면서 2월1일부터 3월4일까지 33일간 처분 효력이 발생한 바 있다.
고작 1달여간의 생산중단이었지만 손실 규모는 막대하다. 2023년 2523억원이었던 휴텍스제약의 제품매출은 2024년 1031억원으로 59.14% 줄었고, 전체 매출 역시 2542억원에서 1046억원으로 58.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실적은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2023년 19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4년 15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196억원으로 집계됐다.
5개 업체 소송으로 처분 미뤄…본안 판결까지 정상 가동
이처럼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다 보니 기업들은 대부분 법정행을 택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처분 대상에 오른 총 8개 업체 중 3개 업체에 대한 처분만 확정됐고 나머지 5곳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 진행 경과가 가장 빠른 건 휴텍스제약이다. 올해 1월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지만 해당 판결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항소심을 제기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항소심 청구와 함께 청구된 집행정지 신청은 3월 인용되며 본안 소송 항소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의 효력이 중단됐다.
동구바이오제약과 삼화바이오팜도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을 받고 정상적인 생산 및 영업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이번에 식약처가 새롭게 밝힌 2개 업체 역시 행정소송을 제기, 법적 다툼을 벌이며 처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처분이 확정된 세 곳은 현재 식약처가 행정처분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신텍스제약과 두원사이언스제약, 넨시스 뿐이다.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 대상에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던 신텍스제약은 올해 초 1심 패소 이후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과반이 넘는 업체가 행정소송을 통해 실처분을 미루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방향으로 엇갈린다. 우선 한쪽에서는 처분이 너무 가혹해 업체의 입장에서 행정소송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단 한번의 처분만으로도 해당 제조소의 동일 제형, 혹은 동일 제조방법에 해당하는 품목의 제조까지 금지돼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은 업계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직결된 위법 사항이 적발돼도 결국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 정상적으로 제조소를 가동할 수 있다는 제도적 한계를 지적한다. 즉,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반적으로 행정청의 처분과 관련해 업체는 의견을 제출하거나 소송절차를 통해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할 수 있다"며 "우리 처는 관련 소송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