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자동차)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현대차그룹의 주주총회가 큰 진통 없이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앞서 국민연금이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에 따른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현대모비스와 기아차의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기아차를 제외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1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선임과 재무제표 승인 등의 안건을 원안대로 처리했다.
현대차는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충호 현대차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이동규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과 이병국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이번 주총에서 현대모비스와 기아차의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전 부지 매입 당시 사외이사들이 총수 일가에 대한 견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윤갑한 현대차 사장 등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서는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큰 진통은 없었다지만 논란마저 피하지는 못했다. 이날 현대차 주총에서는 주가 하락에 대한 개인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발언권을 얻은 한 주주는 "현대차 주주로서 관심 있는 부분은 주가와 배당인데, 현대차 주가가 지난해 초와 비교할 때 상당히 떨어졌다"며 "세계 경기와 엔저를 감안하더라도 현대차의 주가 수준이 이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그는 "회사가 자사주 매입 등으로 노력한 것은 알지만, 여전히 주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주가 상승을 위해 배당도 앞으로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안건 통과 이후에는 주주들을 위한 '거버넌스위원회' 설립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박유경 APG자산운용 아시아지배구조 담당 이사는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했는데,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그에 부합했으면 좋겠다"며 "현대차 이사회 내부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정식 설치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주총 의장을 맡은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현재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사회 규정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날 열린 현대모비스 주총도 별 탈 없이 원안대로 모든 안건이 통과됐다. 사외이사 재선임 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의견이 전해지면서 사전 반대의견이 1664만4120주(17.4%) 나온 것 외에는 출석주주 전원이 회사 입장에 동조했다.
험로가 예상된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이사 선임과 재선임안이 모두 충돌 없이 30여분 만에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20일로 예정된 기아차 주총이 남아있지만 이 역시 별다른 무리 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김원준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의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