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해외 자본에 대한 방송시장의 개방이 본격화됐다.
지난 3년간 유예됐던 한미FTA 방송부문의 개방이 지난 15일로 발효되며 미국 미디어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미FTA 조항에 따르면 종합편성·보도· 홈쇼핑 채널을 제외한 일반 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해외 자본의 간접투자 비율이 종전의 49%에서 100%로 전면 허용된다. 수입콘텐츠에 대한 1개 국가 쿼터 제한도 60%에서 80%로 완화된다.
◇3년간 유예됐던 한미FTA의 방송부문 개방이 발효되며 국내 일반 PP에 대한 미국 자본의 100% 간접투자가 가능해졌다. 사진은 지난 13일 열렸던 케이블 20주년 행사의 PP 전시부스.(사진=뉴스토마토)
이를 두고 미디어 업계에서는 인기있는 미국 콘텐츠와 직접 경쟁 환경이 조성돼 국내 콘텐츠 제작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해외 거대 자본에 국내 방송 시장이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체 외국물 중 90%를 미국에서 조달하는데, 이들이 국내에서 콘텐츠를 직접 방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일반 PP의 콘텐츠 수급 비용 증가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미국 PP로 광고 재원이 이탈한다거나 유료방송 수신료 배분이 늘어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다만 폭스나 디스커버리, 디즈니 등 미국의 메이저 PP들이 이미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다는 점은 이같은 우려를 다소 완화시킨다.
하동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협의회장은 "대다수의 유명 미디어 기업이 국내 진출을 완료한 상황으로 FTA 발효가 급변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유료방송 플랫폼의 영향력이 더 큰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하다는 점도 FTA의 즉각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경우 PP의 주 수입원은 광고가 아닌 수신료인데, 국내는 대부분이 광고에 의존하고 있고 그마저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미국이 우리나라의 방송시장 개방을 매력적으로 볼 지는 의문"이라며 "수익률이나 수익 규모 자체가 아주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호주나 유럽 일부 국가와는 달리 한국은 자국의 콘텐츠가 인기 있는 나라 중 하나"라며 "미국 자본이 국내 시장만을 겨냥해 직접적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콘텐츠 독점과 같은 장기적 흐름까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 콘텐츠 기업인 CJ E&M이 무한 경쟁 시대에 대비해 자체 제작 콘텐츠를 꾸준히 늘리며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 온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국내 정서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로 시청자층을 확보했다는 강점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다수의 PP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