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파업 현실화..행정공백으로 '레임덕' 우려

전공노·공노총 "내달중 파업"..11년만의 총파업
朴, 공무원연금 개혁 강행·파업 저지 '진퇴양난'

입력 : 2015-03-17 오후 4:17:55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등 주요 공무원노조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내달 중으로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중동순방과 리퍼트 미국대사 피습 사건 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자칫 공무원 파업으로 지지율 하락과 초대형 행정공백으로 인한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국정과제로 내건 정부로서는 연금개혁 강행과 파업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17일 전공노와 공노총 등에 따르면, 양대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정부와 국회, 공무원노조 등이 모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공무원노조가 원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지 않을 경우 파업하기로 뜻을 모았다.
 
조합원 수가 16만명에 이르는 전공노는 오는 28일 활동을 마치는 대타협기구와 관련해 정부에 공적연금제도 전반을 논의할 상설협의체 구성을 요구한 상태다. 만약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대타협기구 탈퇴는 물론 4월 중으로 총파업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News1
 
전공노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던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는 파업을 최후 수단으로 고려했다"며 "지난달 열린 대의원대회에서도 총파업 안건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조합원 수 7만명의 공노총도 지난 16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총파업 안을 가결하고 시기와 방법을 조율하고 있는데, 먼저 파업을 결의한 전공노와 행동을 같이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국내 공무원노조는 총 123개로, 조합원 수만 20만명. 이 중 전공노와 공노총의 규모가 가장 크고 공무원 내 여론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내달 중 이들이 파업을 감행할 경우 다른  공무원노조까지 동반 파업으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번에 공무원 파업이 현실화되면 2004년 이후 11년 만에 공무원 총파업이 재현되게 됐다. 국정 지지도를 겨우 40%대까지 회복한 정부로서는 공무원 파업이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 가장 큰 지지자인 공무원들이 정부의 국정과제에 반대해 파업을 진행하면 정부는 국정과제 추진의 명분을 잃는 것은 물론 집권 초부터 이어진 내각구성 지연, 정부조직법 개편안 지연, 장관 낙마 등을 잇는 또 다른 레임덕 사례만 남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참여정부가 공무원노조에서 반대하는 '공무원노동조합법' 입법안을 강행해 공무원 파업이 벌어지자 국정 지지도는 한달 새 31%에서 6%포인트 추락했다. 공무원 파업에 따른 행정기능 마비와 시민불편 등으로 정부 정책에 국민의 비판이 더 커진 것이다.
 
겨우 지지율을 40%대로 끌어올린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파업을 그냥 두면 지지도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더구나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강행하자니 파업이 겁나고 파업을 막자니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한발 물러서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근혜 대통령이 애초에 공언한 개혁목표 시점인 지난해 12월보다 석달이나 미뤄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치지 못하면 공공부문 개혁과 공무원 조직 개혁을 바탕으로 한 노동시장 개혁 등 추가적인 국정과제 역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을 맡은 여당 의원 보좌관은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애초의 개혁성도 후퇴했다"며 "공무원 파업까지 일어나면 집권 3년차의 레임덕은 더 커질 수 있어 정부와 여당 모두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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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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