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이주열 총재의 이번 깜짝 금리인하 결정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인에 즉각 응답한 것이다. 가계부채 등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 보다는 정부와 여당의 내수부양 총력전에 힘을 보탠 눈치보기의 결과였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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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전부터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2~3개월 전에는 시그널을 주고 금리정책을 운용하겠다던 이주열 한은 총재가 '깜짝 인하' 카드를 꺼내자 정부와 국회, 여론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거세다.
최경환 총리가 '디플레이션' 우려를 공식석상에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한은에 시그널을 보냈고, 정치권에서도 금리인하에 대한 압박이 이어졌다.
실제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금통위 전날까지 금리인하를 거듭 요구해왔는데 금리인하 발표 직후 "사상 최초로 1%대가 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지난해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인하한 후 4개월 동안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원들은 한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달에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제시해 시그널을 보인 후 4월에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주열 총재는 줄곧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정색하며 최근 저물가는 유가하락 등에 따른 공급측면의 영향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게다가 매번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통화정책이 실물경기를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강조하며 금리유지에 무게감을 두는 발언을 쏟아내 왔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인하 결정이 연일 경기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민간경제 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금리인하로 한은과 이주열 총재의 위상이 크게 무너졌다"며 "총재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을 적극 협조한 '외풍'이 맞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이주열 총재는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나가면서 "이번 결정이 외압이 아니었냐는 질문을 할 것 같았는데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풍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열심히 준비해 왔는데 변명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이번 금리인하 결정은 정부의 내수부양 총력전에 이주열 총재가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게 되면 가계빚 폭탄 문제가 상상 이상으로 터질텐데 이를 막을 정책은 전무해 앞으로 닥칠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