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115%씩 인하…무역전쟁 '전면 리셋'

트럼프 2기 부과 관세 '철회'…90일간 '해빙 모드'
무역전쟁, 미 기업들부터 타격…3월 무역적자 '최대'

입력 : 2025-05-12 오후 5:37:12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서울=한동인 기자] 정면충돌로 치닫던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 리셋'(재설정)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부과된 양국 관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90일간 유예 기간을 가지기로 한 건데요. 이에 따라 '치킨 게임' 양상을 보이면서 145%(대중 관세)와 125%(대미 관세)까지 치솟았던 관세가 각각 30%와 10%로 대폭 인하됐습니다. 각각 115%포인트씩 인하한 셈입니다. 양국이 관세전쟁의 전면전을 멈추고 대화 모드에 들어간 만큼, 한동안 안정기에 돌입할 전망입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마친 후 언론에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치킨게임 '휴전'…관세 원점으로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측 수석 대표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중국과의 무역협상 관련 브리핑에서 앞으로 90일 동안 대중 추가 관세를 기존 145%에서 30%로 인하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도 공동성명에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125%의 관세를 10%로 낮춘다고 확인했습니다. 양국이 각각 115%포인트씩 관세를 내린 건데요.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주고받기식으로 올라간 보복 관세 대부분을 철회한 겁니다. 
 
미·중은 지난 10일 10시간과 11일 수 시간 동안 무역 협상을 진행해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했고 중국에서는 '경제 실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차관),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 등이 나섰습니다. 
 
미·중 양국의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20일 재집권하면서 무역전쟁에 돌입한 후 처음으로 진행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지난 2~3월 각각 10%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4월에는 상호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무역전쟁은 애초 34%였지만 중국의 맞대응에 따라 중국의 145%의 폭탄 관세를 매겼습니다. 중국 또한 미국에 대한 관세를 125%까지 끌어올리고, 희토류 수출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며 양국 간 무역전쟁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미·중이 공동성명까지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이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로 합의한 것은 최근 몇 년간 경색된 양국 관계를 감안할 때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미국 협상팀의 낙관적인 발언은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킬 정도로 격화한 양국 간 무역 전쟁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첫 신호"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중 관계의 재설정을 선언했습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호적이지만 건설적인 형태로, 완전한 (미·중 무역관계의) 리셋(재설정) 협상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도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치킨게임에 따른 무역 전쟁이 2020년 1차 무역합의 당시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양국은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협상이 양측의 경제·무역 분야 관심사 해결에 기여할 것임을 확신하며, 상호 개방 및 지속적 소통, 협력 및 상호 존중의 정신 하에 관련 작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무역 전쟁 '직격타'…임계점 도달한 듯 
 
이번 합의는 과도한 관세 부과에 따라 양국의 기업이 경제적 타격을 받은 영향으로 보입니다. 관세가 100%를 넘기면서 상호 의존도가 높은 양국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임계치에 도달한 셈입니다. 실제로 무역 전쟁은 미국 기업을 타격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중 관세전쟁으로 중국에 거래처를 둔 소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일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직원을 감축하고, 소유주 개인 저축을 활용해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145% 관세 부과와 중국의 세 자릿수 보복은 전자제품, 의류, 가구, 산업 부품 및 세계 양대 경제대국이 교환하는 모든 것의 태평양 횡단 흐름을 신속하게 중단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세금을 80%로 낮출 수 있다고 시사했지만, 주요 수입국들이 정상적인 주문을 재개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는 오히려 확대돼 지난 3월에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초고율 관세 정책 본격 발효를 앞두고 기업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수입품 사재기에 나선 여파입니다. 대중국 수입 비중은 기존 20%대에서 현재 12%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이는 저렴한 중국산 수입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미국 소비자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도한 ‘관세 전쟁’ 발발 뒤 미국과 중국의 첫 무역협상이 11일(현지시간) 종료됐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서울=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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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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