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김민성기자] 한국은행이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했다.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에 이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가계부채 총량에 대한 위험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부동산 경기 회복세를 꺾지 않기 위해 대출규제 및 부동산 규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한 이후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여기에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에 기름을 부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6.6%로 국민총생산(GDP) 경상성장률의 2배 수준이다. 또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0%에 육박한다. 부채가 소득(연간)의 1.6배라는 의미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던 미국의 당시 이 비율은 115%였으며, 일본 129%, 독일 93%, 영국 151%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훨씬 높다.
국가미래연구원은 "가계부채가 임계점에 다달았다"며 "경제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들의 채무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는 괜찮다고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다음달 24일 출시되는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걱정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금리 상승기에 취약한 기존 변동금리 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인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도록 하는 가계대출 구조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은행들이 우려하는 것은 역대 최저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한 상황에서 안심전환대출이 수익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상품 설계 구조가 기존 대출 이자 수입을 일회성 수수료로 대체해야하는 동시에 은행의 신규 대출 여력을 막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적인 역할도 중요하지만 순이자마진(NIM) 등 각종 수익지표가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게 억지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갈아타기 대출을 하면서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못하고, 대출 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기더라도 기존 대출자에 대한 관리 의무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2금융권도 부담이 있긴 마찬가지다.
대출상환에 대해 비교적 우려가 적은 보험업계에서는 가계대출 증가로 인한 소비심리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기준금리 하락은 채권 수익률 하락 등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계대출 총량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 정부가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부동산 살리기가 과연 경제 살리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가계대출 증가로 인한 소비심리 하락은 보험업계에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신용카드 대출과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도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은행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용하기 쉽지만 최고 30%에 달하는 고금리가 적용돼 악성부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토지나 상가 등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도 눈여겨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신업계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 당국으로부터 카드론·현금서비스 금리인하 요구를 받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 방침대로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바꿀 경우 나중에 금리가 오를 때 금융권에 큰 부담이 된다”며 “그보다 가계부채의 총량을 규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