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를 돕기 위해 정부가 금융 지원에 나선다.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여건상 그간 해외 수주 대부분은 대기업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된 '중동순방 성과 이행 및 확산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에 나서는 중소·중견기업이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3000억 규모의 공동보증과 1조원 규모의 간접대출을 도입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따낸 건설 수주 총 660억달러 가운데 중소기업의 참여 규모는 30억달러로 5%에도 못 미친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자금조달의 길을 대폭 열어주기로 했다.
먼저 3000억원대의 공동보증 도입이다. 공동보증이란 산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리스크를 분담해 이행성보증을 설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간접대출은 중기에 대한 정보가 비교적 많은 시중은행이 수은의 정책자금을 재원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모두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의 리스크를 줄여 대출을 장려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유형철 기획재정부 대외경제총괄과장은 "중동 등 선유국들이 유가하락으로 인해 재정부담이 높아지자 시공자측이 금융 부분을 해결한 채로 발주에 참여하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제도 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유형철 과장은 "공동보증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에 수은 등 정책금융지원센터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보증과 대출 등 금융지원을 늘리되 리스크를 나눠 부담할 수 있도록 함께 보증을 설 수 있도록 한 제도"라고 말했다.
정책금융지원센터 참여 기관은 산은, 무공, 수은, 건설공제조합, 서울보증보험 등 5곳이다.
유 과장은 "예를 들면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된 100억달러 규모의 사업에 중기가 참여하고자 할 때 정책금융기관 5곳이 각각 18억씩의 보증을 부담하고, 나머지 10%를 시중은행이 하도록 했다"며 "시중은행이 들어가도록 한 이유는 시중이 기업에 대한 정보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보증 규모가 3000억원대로 설정된 배경에 대해서는 "3000억이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660억달러 수주에 비교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연간 이행성보증이 총 6000~7000억원 가량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액수"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기업이 신속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금융 규모 자체도 확대한다. 수은과 무보의 현행 정책금융규모 각각 27억1000달러, 7억8000달러에서 오는 2017년까지 28억5000달러, 12억8000달러로 단계적으로 늘려나가기로 한 것이다. 다자개발은행(MDB) 협조융자와 수은의 크레딧 라인도 현 52억달러, 58억달러씩에서 올해 말까지 각각 70억달러, 62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무보는 40억달러 수준의 온개런티프로그램을 신설한다.
또한 해외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먼저 대출금 상환에 쓰도록 한 시중은행 우선상환제 규모를 늘리고 이를 산은에까지 확대 적용키로 했다. 이밖에 프로젝트가 끝나면 발주처가 발행한 중장기 채권에 무보가 보험을 제공토록 하는 중장기 채권보험제도를 도입해 채권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중은행의 대출자금이 조기 상환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정치적 불안이 높은 저개발국 발주에 국내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관련 보험을 강화해 수주 지역 다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해외투자보험의 보장범위를 기존 중앙정부에서 무보 등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고위험국이더라도 사업성이 높다면 이를 반영해 수은이 금융을 지원해 주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유형철 과장은 "공공기관이 발주 국가의 전쟁 위험 등에 대비해 해외투자보험을 함께 보장해주면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신뢰하고 수주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시중은행과 기업에 정부가 나서서 리스크를 줄여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국내 기업의 투자개발형 사업 진출 확대를 위해 패키지 금융을 강화한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프로젝트 발굴부터 기획, 투자, 금융, 건설,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시공사가 책임지는 형태로, 단순 도급공사보다 수익성이 높다. 정부는 이 과정을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수은의 패키지금융을 지난해 9억8000달러에서 오는 2017년까지 12억달러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유형철 과장은 "해외 진출 사업이 중동의 플랜트와 석유가스 개발 중심의 도급 위주에 편중돼 있다"며 "이것이 투자개발로 갈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국내 기업이 해외 발주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금융 지원 기반을 다져 놓은 것"이라며 "금년 해외건설 수주 목표 700억불 달성이 쉽다고 보지는 않지만, 아프리카 등으로 수주 지역을 넓힌다면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고속도로공사 현장.ⓒ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