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애경기자] 정부가 '3대 비급여' 개선책의 일환으로 상급병실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나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 3일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계획에는 장기 입원료 인상, 일반병상의 4·5인실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대책은 발표 직후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정부안에 따르면 장기 입원료의 경우 현행 20%인 본인부담 비율이 16~30일은 30%, 31일 이상은 40%로 인상된다.
상급종합병원 6인실 기준을 적용하면 1~15일 입원료 본인부담은 1만60원, 16~30일은 1만3580원, 31일 이후는 1만7100원으로 증가한다.
정부는 일반병상 확대 등 입원료 부담 경감에 따라 불필요한 장기 입원이 늘어날 수 있어 이같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민들의 진료비 부담을 늘리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80%로 높이는 국정 과제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62%로 OECD 회원국 평균인 65.9%에도 한참 못 미친다"며 "장기 입원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인 환자들에게 입원 기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가산을 하면 이중, 삼중고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 실장은 이어 "정부는 장기 입원을 안 해도 될 사람이 입원할 경우 건보재정이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그런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전체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비를 늘린다면 정작 필요해서 장기 입원하는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 의무 확보 비율을 50%에서 70%로 상향시킨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작년 9월 일반병상 기준을 6인실에서 4·5인실로 확대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한 바 있다.
문제는 병원들이 입원료가 상대적으로 더 비싼 4·5인실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결국 환자들은 1·2인실을 사용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기존 6인실보다는 비싼 4·5인실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급종합병원 기준 6인실 입원료는 1만60원(수가 5만310원), 4인실 입원료는 2만4150원(수가 8만490원)으로 2배 차이가 난다. 환자 쏠림현상 방지 차원에서 상급종합병원 4인실 환자 본인부담 비율을 30%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4·5·6인실 입원료(자료=복지부)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6인실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없어 4·5인실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에 6인실을 이용했던 환자는 부담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 팀장은 이어 "환자는 가격적 측면에서 병실 선택 범위가 줄어들게 된다"며 "국가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비싼 4·5인실이 많아지면 건보재정 지출을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