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독일 방문을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자금 마련에 허덕이고 있는 그리스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관심이 쏠린다.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정권을 잡은 이후 처음으로 오는 23일 베를린을 방문해 구제금융을 놓고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담판을 벌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 구제금융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메르켈을 만나 구제금융 분할금을 얻어낸다는 전략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다른 유럽 정상이나 기관 관계자가 없는 만큼 협상을 자신들이 유리할 쪽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에 차있다.
그는 그리스 신문 카티메리니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에 따르는 압박감을 털어내고 메르켈과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며 "그리스 문제로 유럽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볼지, 양국 관계 회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의 이슈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왼쪽),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로이터통신)
치프라스는 이번 방독 전부터 메르켈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15일에는 메르켈에게 5쪽짜리 서한을 보내고 "유럽이 구제금융 분할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는 수주 내로 부채를 갚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치프라스는 또 "이달 말이면 국민연금과 공무원 임금도 제대로 지급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국 자금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4월이면 그리스 국고가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스가 부채를 못 갚고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 독일과 다른 유럽국들이 심히 우려하고 있는 '그렉시트(Grexit)'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렉시트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뜻한다.
치프라스의 노력이 통한 것인지, 최근 들어 녹색당을 비롯한 독일 야권은 메르켈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버리고 그리스와 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녹색당 관계자는 "그리스 사회개혁이 진행되는 동안 부채 경감과 지속적인 투자가 담보돼야 할 것"이라며 "양국은 원색적인 레토릭을 삼가고 양국 관계 회복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야당까지 나서서 그리스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메르켈이 선개혁·후지원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치프라스는 반대로 선지원·후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추가 자금을 얻으려면 먼저 긴축과 구조개혁이란 쓴 약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같이 구조개혁을 고스란히 수용해 온 국가들이 그리스에 똑같은 절차를 요구하고 있는 것 또한 치프라스의 힘을 빼는 요인이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이날 "구조개혁이 완벽하게 승인되지 않으면, 유로존 회원국들은 어떠한 새 구제금융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페인은 지난 3년간 개혁조치를 단행할 결과,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