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 맞나?' 바이오시밀러 신중론 고개

글로벌 변수 많아..장밋빛 기대 '금물'

입력 : 2015-03-30 오후 3:59:48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바이오신약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신중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2015년 이후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신약의 특허가 잇따라 만료되지만 글로벌 변수 등으로 장밋빛 기대는 시기 상조라는 시각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IMS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500억달러(한화 276조750억원)에 이른다. 이중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은 4~10%인 110~250억달러(한화 12조1500~27조6000억원)가 예상된다.
 
◇셀트리온 '램시마'와 '허쥬마'(사진제공=셀트리온)
특허 만료됐거나 앞둔 주요 바이오신약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 항암제 '리툭산', '아바스틴', '허셉틴' 등이 있다.
 
이들 바이오신약들은 각각 6~11억달러(6600~1조2150억원) 규모를 보이는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치료제다.
 
국내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도 대부분 이들 바이오신약들을 본떠서 만든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068270), 한화케미칼(009830), LG생명과학(068870),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 대웅제약(069620), 종근당(185750)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들은 하나같이 글로벌로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러 난제가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를 오리지널 바이오신약과는 다른 의약품으로 본다"며 "글로벌에서 성공하려면 오리지널약을 대체처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합성 복제약(제네릭)은 오리지널약과 완전히 동일한 카피가 가능하다. 이와 달리 바이오시밀러는 생물체에서 유래된 재료를 사용해 오리지널약과 완벽하게 동일한 제품이 될 수 없다. '유사하다'라는 개념의 '시밀러'로 이름이 붙은 이유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체처방에서 대해서 부정적 또는 보수적인 판단을 내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대체처방을 인정하되 일반 바이오시밀러 허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FDA 승인 바이오의약품 53개(2014년 9월 기준) 중에서 대체처방이 가능한 바이오시밀러는 없다. 유럽의약청(EMA)은 권한을 개별 국가에 일임했으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바이오시밀러의 대체처방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현재로선 의료진이 오리지널약 대신 값싼 바이오시밀러를 대체처방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바이오시밀러가 대체처방되지 않으면 사실상 복제약으로서 시장성이 떨어진다. 오리지널약 대비 값싼 가격을 무기로 한 대체처방이 복제약의 핵심 전략이어서다. 
 
물론 대체처방을 배제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을 수는 있다. 이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오리지널약과 유사하지만 엄연히 다른 의약품이어서 신약에 버금가는 근거자료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자료가 오리지널약보다 풍부하기는 어렵다"며 "설사 대규모 임상 자료가 있더라도 의료진이 검증된 오리지널약 대신 처방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부작용과 면역 반응이다. 의료진이 가격 이점 때문에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케팅도 복잡해진다. 목표 타겟은 복제약 시장인데, 정작 마케팅은 신약처럼 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의료진들은 인터넷 처방조제시스템에 약을 고른다. 오리지널약의 성분명을 선택하면 목록에서 복제약들이 줄줄이 나열된다. 바이오시밀러가 대체처방을 인정받지 못하면 오리지널약 성분 목록에 잡히질 않는다. 유통 파트너사가 미국과 유럽 의료진에게 일일이 신약처럼 마케팅하고 보험코드를 인지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경쟁력도 난점이다. 오리지널약 제조사의 저가 정책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복잡한 공정과정으로 제조단가가 높다. FDA에 따르면 일반 합성 복제약이 3~5년 동안 500만달러(55억원) 이하가 투여되는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8~10년 동안 1억달러(1100억원) 이상을 사용한다.
 
높은 개발 비용은 약값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국내사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강행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세계 3위(15만리터), 셀트리온이 세계 4위(14만리터)의 생산시설 규모를 갖췄다.
 
또다른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대비 30~50% 가격이 낮아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문제는 오리지널 제약사가 시장 방어 차원에서 오리지널약을 반값으로 떨어뜨리면 시밀러는 가격에 대한 이점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사전에 충분한 전략적 검토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동등성 입증, 대체조제 가능성, 가격경쟁 등의 풀어야 한 난제가 있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도입을 위한 정책적 수단을 마련하고 있어 긍정적이다. 글로벌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사전에 충분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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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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